남북정상회담이 열린지 15일로 1주년을 맞는다. 때맞춰 미국과 북한과의 협상도 빠르면 이번 주중에 열릴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육로를 통한 금강산 관광도 가능해진다. 한동안 뜸했던 남북경협 논의도 재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남북경협이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서는 북한이 국제금융시장으로부터 과연 재원을 얼마나 조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 북한의 국제금융상의 위치 =지난해 6월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이후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 가운데 13개국과 수교를 맺을 정도로 서방국가와의 관계가 개선되고 있으나 국제금융시장에서 북한의 위상은 변한 것이 없다. 북한은 70년대 중반 서방차관에 대한 채무불이행(default)으로 국제금융시장으로부터 격리된 상태에 놓여있다. 무디스사 등 대부분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북한에 대한 신용심사를 아예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이 올랐던 북한채권 거래도 중단됐다. 지난해 7월 아시아지역안보포럼(ARF) 가입으로 가능성이 높았던 아시아 개발은행(ADB) 가입문제도 진전이 없다. 5월초 하와이에서 열렸던 연차총회에서 미국 반대로 무산되면서 아직까지 북한은 어느 국제금융기구에도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 어떤 자금을 활용할 수 있나 =북한이 국제적으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국제금융기구 가입을 통해 이들 기구가 지원하는 최빈국가에 대한 개발자금을 받는 방안이다. 현재 국제통화기금(IMF)은 1인당 국민소득(GDP)이 9백25달러 이하인 최빈국에 대해 빈곤퇴치와 성장지원 자금(PRGF)을 제공해 오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7백57달러다. 세계은행의 국제개발협회(IDA) 자금과 ADB의 아시아개발기금(ADF)도 지원받을 수 있다. 특히 IDA 자금은 국제금융기구가 제공하는 자금중에서 지원조건이 가장 좋으나 세계은행이 요구하는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성실히 이행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다른 하나는 국제금융기구 가입 이전이라도 국제사회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경우다. 현 시점에서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북한에 대한 특별신탁기금(Special Trust Fund for DPRK)을 설립하는 방안이다. 우리나라의 입장도 적극적이다. 주요 국가들이 국제금융기구에 예탁해 놓은 신탁기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특히 이 기금은 신탁국의 동의만 있으면 언제든지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의 노력여하에 따라서는 지금이라도 북한이 지원받을 수 있는 자금이다. 이밖에 비정부기구(NGO)들이 주도가 돼 북한의 빈곤퇴치와 경제개발에 필요한 재원을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방안도 있다. ◇ 북한의 태도에 달렸다 =앞으로 북한이 국제금융기구 가입과 여타 수단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으려면 북한의 태도가 좀더 개방적이어야 한다. 특히 국제금융기구의 양대출자국인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요구하고 있는 미사일 개발문제에 대한 보다 명확한 입장이 나와야 국제사회로부터 자금지원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