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시내에서 과천을 가려면 한강을 건너고 남태령을 넘어 한시간 정도를 가야 한다. 과천 정부청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서울의 중심가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산 넘고 물 건너는데 보통 두시간 이상이 걸리고,회의시간까지 합치면 서너시간은 잡아야 한다. 두번 회의가 있으면 하루가 다 가버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과천의 여러 부처들은 시내에 장관실을 마련,회의가 있는 날은 그곳에서 하루를 보내는 경우가 많고,실무자들도 장관의 결재를 받기 위해 두시간 이상을 낭비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국회가 열리는 날이면 실무자들도 아예 하루 일을 포기한다. 장관들의 차에는 비상등을 설치해 버스 전용차로를 달리기도 하지만,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과천에 근무하는 실무자들은 길이라도 막히는 날이면 애로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서울의 중심가에 있는 사람들이 과천에 일을 보러 가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떤 외국기업인은 과천에 일을 보러 가기 위해서는 운전기사와 통역이나 안내자까지 세명이 한나절을 소비해야 한다고 불평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내려 청사에 가는데 빨리 걸어야 15분 정도 걸리는데,무더운 날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오는 민원인들을 보면 과연 우리나라의 주권자가 국민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정부청사를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에 갖다 놓고,대중교통에서 내려 15분 이상 걷게 만드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본 적이 없다. 서울에서 고속도로로 두시간이나 걸리는 대전에다 외청들을 옮겨 놓아 많은 공무원들이 이중살림을 하도록 만든 것은 더욱 가관이다. 그것도 경찰청이나 국세청 같이 힘있는 관청은 빠져 버리고. 관세청이 수도도 아니고 항구도 아닌 내륙에 위치한 것은 모르긴 하되 세계에 유례가 없다. 외국에서 관세청을 방문하는 사람은 인천공항에 내려 네시간 정도를 차로 가도록 만든 것은 황당한 일이다. 이에 따른 시간과 물질의 낭비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제부처 사람들이 국민이나 기업인들과의 접촉이 어려워 현실감있는 정보가 차단되는 것인데,이는 정말로 심각한 얘기다. 과천에 있는 공무원이 시내에서 점심 한번 하는데도 최소 세시간은 걸리니,과천으로 사람을 부르기 전에는 국민들의 현실얘기를 들을 수 없다. 어떤 사람은 IMF 외환위기가 온 것은 재정경제부가 과천에 있어,금융기관이나 기업들로부터 위기에 대한 정보가 실감있게 전달되지 않은 것이 중요 요인의 하나라고도 했다. 과천에 박혀 있다보면 정말로 '촌놈'이 돼버릴 수밖에 없다는 말도 있다. 중앙부처들이 회의 한번 하는데 두시간씩이나 낭비하는 나라가 세계 어디에 있을까. 도쿄나 워싱턴에는 관청뿐만 아니라 국회도 회의를 소집하면 걸어서 15분 정도면 모일 수 있는 중심가에 모여 있다. 뉴질랜드는 국회와 장관들의 사무실이 하나의 건물에 모여 있어 현안이 있으면 즉시 모여 회의할 수 있도록 돼있다. 개인도 자기가 편리한 곳에 살집을 선택할 수 있는데,많은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배려도 없이 당사자인 공무원들의 뜻도 무시하고 정부청사를 사방으로 흩어버려 엄청난 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하게 만든 사람은 누구이고,이유는 무엇인지 도대체 알 수 없다. 전형적인 관료주의적이고 획일주의적인 처사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 대한 국제적 평가에서 아주 나쁜 점수를 받고 있고,아시아에서도 하위권에 있다. 규제도 많다고 평가받는 나라인데 공무원들이 과천같이 먼데 앉아서 규제를 하고 있으니 기업의 애로를 해결하기가 더 힘들다. 주권자인 국민의 편의를 생각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세종로를 중심으로 중앙부처는 모아야 한다. 흩어진 관청들을 옮기는데 새로운 비용이 들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지금의 낭비와 비효율보다는 사회비용이 줄어 들 것이다. 정부가 국민과 기업의 소리로부터 멀어지면 정책도 현실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날로 처지고 있는 우리의 대외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정부뿐 아니라 기업과 가계를 포함한 전체적인 사회비용을 잣대로 기본부터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다. mskang36@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