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전면파업 이틀째인 13일.운항스케줄을 나타내는 인천공항의 전광판에는 빨간 글씨의 'cancelled(결항)'가 가득했다.마치 지진이나 폭우 등 천재지변이 난 듯했다.양 항공사 사무실에는 여전히 항의성 문의전화가 빗발쳤고 직원들은 이에 대한 답변을 하느라 종일 진땀을 흘렸다. 조종사노조가 파업하고 있는 대한항공은 파업 첫날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일본과 중국 등 근거리 노선 위주로 국제선 92편중 49편만 정상운항됐다. 국내선과 화물편 역시 대부분 '결항'딱지를 떼지 못했다.아시아나항공은 국제선 66편의 경우 모두 정상운항했지만 국내선은 30% 가량만 예정된 스케줄을 지켰다. 이같은 파업사태로 외국항공사는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외국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특히 여객부문에 비해 일정이 촉박한 화물의 경우 외국항공사마다 예약이 쏟아져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전했다. 파업으로 인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손실분이 고스란히 외국항공사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양 항공사 노사의 주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 일각에선 파업은 물론이고 타결 뒤의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미국 팬암항공사의 경우 한때 업계 선두자리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장기간의 전면파업 영향으로 도산했다"며 "승객을 볼모로 한 파업은 노사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걱정했다. 미국 LA에서 15년째 가이드를 하고 있다는 홍완기(35)씨도 "한번 불편을 겪은 승객들의 마음을 돌려놓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항공사의 신뢰도 추락을 우려했다. 게다가 항공사 노조의 주장처럼 항공기와 조종사의 안전 운항에 문제가 있을 경우 회사측은 돌이킬 수 없는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 "박찬호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특급투수로 평가될 수 있는 건 안타를 적게 맞는다는 점보다 위기가 닥쳤을 때 대처하는 방법이 노련하기 때문"이라며 "국내 항공사도 위기관리능력을 배양시켜야 할 것"이라는 항공사 관계자의 말이 설득력을 갖는 시점이다. 안재석 사회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