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의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미국이나 대만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성장 가능성이 아주 큰 만큼 외국인 투자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투자를 부탁드립니다" 지난 1일 골드만삭스가 홍콩에서 개최한 투자자포럼에 참석한 진념 부총리는 이렇게 밝혔다. 이어서 열린 질의응답 시간.외국인 투자자들이 질문에 나섰다. 주된 골자는 "한국의 개혁작업이 지속될 것인지 의문이 들고 있다"는 것. 진 부총리는 "한국정부는 구조개혁을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보고 있다"고 응답해 호평을 받았다. 그후 지난 5일 열린 피델리티 초청 기자간담회. 브렛구딘 피델리티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장은 "한국증시는 일본에 이어 아시아 제2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더글러스 네이스미스 이사도 "연금제도가 개편되면 한국주가는 한단계 점프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들은 그러면서도 최근 한국 개혁작업의 속도가 늦춰지고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투자를 책임지고 있는 홍콩의 다른 외국인 투자자들도 비슷했다. 한국증시의 성장가능성이 아주 높지만 대규모 투자를 당장 실행하는 것은 왠지 꺼림칙하다는 논리를 폈다. 구체적으론 '전투적인 노조문제'가 해결되고 기업지배구조및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대우자동차가 GM에 매각될 경우 회사가 살아나는데도 이를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삼성전자 등 세계 초일류기업들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도 이같은 상황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주 홍콩에서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귀가 닳도록 들었던 이런 우려는 불행히도 이번주 노조의 연대파업이라는 현실로 나타났다. 굳이 "한국이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기업의 투명성을 강화했다면 종합주가지수가 3,600은 됐을 것(제프리 존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이라는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극단적 조직 이기주의와 정부의 온정주의가 한국주가를 10년동안 제자리에서 맴돌게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하영춘 증권부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