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랜드(RAND)연구소가 '2015 글로벌 기술혁명' 보고서(본지 6월15일자)를 통해 앞으로 기술간 융합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대응능력에 따라서는 성장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한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술발전을 예측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지난 50여년에 걸쳐 기술예측의 경험을 축적해 온 랜드 보고서는 발표될 때마다 세계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될 정도로 신뢰성을 갖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이번 보고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기술간 융합이 몰고 올 새로운 혁신의 가능성을 유난히 강조한다는 점이다. 신기술과 기존 기술 및 산업간 융합 정도가 아니라 정보 생명 신소재 나노기술 등 신기술들간 융합의 정도가 생각보다 급속히, 그리고 광범위하게 이뤄질 것이며, 생명기술이 상대적으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전망은 최근에 방한했던 앨빈 토플러의 예측과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기존의 학문이나 분야간 벽을 뛰어넘는 학제적(學際的) 대응능력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임을 말해 준다. 이것은 정부 정책이나 기업의 기술전략 수립시 특히 참고할 만한 점이다. 이번 보고서가 제시하는 기술발전의 시나리오도 주목된다. 투자나 인력 등이 기술의 성장에 동인이 되겠지만 사회적 수용성이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이들 변수에 따라서 생명 신소재 나노기술 등의 발전이 고성장 아니면 저성장으로 갈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우리는 이것이 국가별로 달라질 수 있는 발전 경로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과학기술을 경제적 종속변수로 보아 투자와 인력만 강조할게 아니라 신기술로 인한 사회적 윤리적 문화적 충격을 흡수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능력 배양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랜드 보고서가 던져 주는 또 하나의 과제는 바로 과학기술의 대중화를 통해 일반의 이해도를 높여 나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