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명동 일대 대형 패션몰에 '거상(巨商)'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15일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타 밀리오레 프레야타운 등 대형 패션몰을 중심으로 20∼30대 초반 젊은 사장의 비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숫자만 늘어나는 게 아니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전문인력들이 유입되는 등 고학력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경향이 나타나는 것은 패션몰 점주를 '장사꾼'이라기보다 '벤처 디자이너'로 간주하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학력 젊은이들이 몰려든다=명동 밀리오레가 최근 지하1층을 제외한 7백1개 전 점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장의 나이가 20∼35세인 경우가 2백14명으로 전체의 30.5%를 차지했다. 또 대졸 이상 고학력자가 1백46명으로 전체의 20.8%에 달했다. 지난달 31일 자체 조사를 실시한 동대문 두타의 경우 전체 2천여개 점포 가운데 20대 점주가 운영하는 점포의 비율이 지난해 말 17%에서 27%로 10%포인트 상승했다. 이 가운데 대졸이상 고학력 점주가 90%이상에 이른다. 동대문 프레야타운의 경우도 전체 2천여명의 점주 가운데 20∼35세의 젊은 사장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이 패션몰 최완식 과장은 "여성복 캐주얼 액세서리 순으로 창업을 원하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배경=재래시장 사장에 대한 시각이 긍정적으로 변한 것이 첫번째 이유다. "주변 사람들이 장사꾼이 아닌 벤처 디자이너로 봐준다"는 게 최근 이곳에 진출하고 있는 젊은 사장들의 말이다. 영국 런던대에서 유학하고 두타 지하에서 자신의 매장 '선(先)'을 운영하고 있는 정혜선(28) 사장은 "재래시장에서 창업을 꿈꾸는 후배 디자이너들이 꽤 많다"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제도적으로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지원하는 패션몰들이 늘어나는 것도 이같은 추세를 확산시키는 원인중 하나다. 두타의 경우 해마다 '벤처 디자이너 공모전'을 마련,입점을 원하는 입상자들에게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전망=앞으로도 이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밀리오레의 유도원 부장은 "패션몰별로 해마다 6월부터 8월 사이에 집중돼 있는 재계약 상담시 젊은 창업 희망자들이 증가하는 것이 공통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패션몰 입장에서도 젊은 감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