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금융회사의 IT(정보기술)투자는 확대하되 중복투자 해소를 비롯 IT투자의 효율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금융회사들이 IT투자를 큰 폭으로 늘렸으나 선진 금융회사들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고도 말했다. 마치 산업관련 부처에서 나온 얘기처럼 들린다. 아닌게 아니라 정부가 금융부문을 금융산업으로,금융기관을 금융회사로 불러주기를 희망했던 기억이 난다. 금융부문도 여타 산업처럼 경쟁력을 갖추기를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금융산업도 제조업처럼 '혁신'의 관점에서 접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경쟁력의 원천으로서 혁신과 연구개발 투자를 강조하듯이 말이다. 금융산업의 혁신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일반적으로 금융산업은 서비스 분야가 그렇듯 기술의 구매자 혹은 수용자의 위치에 있다. 그리고 금융산업이 구입하는 기술의 상당부분은 IT로 분석된다. 이런 위치에 있는 산업에서 IT응용은 거의 공정혁신에 초점을 두게 마련이다. IT투자를 비용절감이나 생산성 향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도 이때문이다. 하지만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IT응용이 업무처리나 유지ㆍ관리로부터 거의 상품에 가까운 금융서비스라는 콘텐츠나 유통의 차원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혁신이론이 말해주는 것과는 반대된다. 제조업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제품혁신에서 공정혁신으로가 아니라 공정혁신에서 제품혁신으로 역이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제품혁신으로 이행한다는 것은 금융산업에서 IT가 금융고유의 연구개발 투자로 연결되기 시작했음을 말해 준다. 금융회사간 IT를 활용한 치열한 제품혁신의 경쟁을 예고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또 제품혁신 단계에서 특히 중요한 것이 자율성과 창의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당국이 IT투자를 바라보는 수준은 여전히 공정혁신 차원인 것 같다. 금융회사의 IT투자에 대해 중복투자나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배경이 그렇고,IT 아웃소싱등 각종 전략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간섭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 또한 본질적으로 그렇다. 금융산업에서 기술혁신의 변화를 감안하면 이제 정부의 접근도 달라져야 한다. 금융회사들의 기술집약화를 촉진시키거나 장애가 되는 불확실성을 해소시키는 노력이 더 필요한게 아닐까. 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