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을 놓고 중소기협중앙회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열흘 넘게 뜨거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도화선은 지난 8일 진념 경제부총리가 참석한 중소·벤처기업 간담회.이 자리에서 중소기업 대표들은 서울무역전시장의 위탁관리자를 지금의 KOTRA에서 기협중앙회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KOTRA측은 발끈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려 한다'며 한마디로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KOTRA의 한 관계자는 "지난 2년동안 이 전시장에 들여온 공이 얼마인데 이를 가로채려 하느냐"며 불쾌한 심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기협이 서울무역전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5년간 사용했던 여의도전시장이 곧 사라지기 때문이다. 서울시와의 부지 무상임대 계약이 이달말 만료되는데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이곳에 객실 4백개와 1천여석의 회의실을 갖춘 특급 호텔을 건립할 계획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협이 관심을 쏟아온 곳은 서울무역전시장.산업자원부와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1999년부터 KOTRA가 운영해오던 곳이다. 기협 관계자는 "여의도전시장이 당장 문을 닫는다면 중소기업 전문전시장의 대안은 서울무역전시장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서울시는 KOTRA와 기협이 서울무역전시장을 공동운영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기관이 운영의 묘를 살리기엔 2천4백평의 무역전시장 규모가 너무 작다는데 문제가 있다. 공동 운영시 발생할 수 있는 전시공간 분할,전시일정 배정,회계처리 등 갖가지 걸림돌이 가로놓여 있다. 컨벤션업계 관계자는 "월드컵을 앞두고 가뜩이나 전시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안은 고양국제전시장이 완공되는 2003년말까지 여의도전시장을 살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시장은 바이어유치와 수출확대의 교두보다. 전문전시장 하나 없는 중소업계는 가뭄에 속타는 농민들 못지 않게 가슴 졸이며 전시장 문제를 지켜보고 있다. 이정호 벤처중기부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