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1 21:51
수정2006.04.01 21:52
임태희 < 한나라당 국회의원 YIM@manforyou.co.kr >
요즘 가뭄으로 나라가 온통 난리다.
주름지고 시름에 찬 농민들의 얼굴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가뭄이나 홍수 때 물 때문에 난리통을 치러온 게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닌데도 이런 일이 왜 매번 반복되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웬만한 시냇물은 그냥 마셔도 될 정도로 수질이 좋았고 물은 쓰고 싶은 대로 써도 괜찮은,그래서 낭비하는 것을 '물 쓰듯 한다'고 비유할 정도로 물에 관한 한 복받은 나라였다.
그러나 인구가 늘고 산업화와 아울러 국토의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물 소비량도 크게 늘어 이대로 가다가는 앞으로 5년 후인 2006년에는 본격적으로 물이 부족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기관들의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약 1천2백80㎜로 세계 평균의 1백30% 수준이지만 인구가 많아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강수의 이용실태를 보면 문제가 더 분명해진다.
1996년 발표된 건설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총강수량 중 45%는 증발 등으로 이용할 수 없으며 31%는 그대로 바다로 흘러가고 나머지 24% 정도만 실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렇게 부족한 물의 씀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물사용량은 하루 3백95ℓ로 미국(5백85ℓ)과 호주(4백80ℓ)보다는 적지만 일본(3백57ℓ) 영국(3백23ℓ) 프랑스(2백31ℓ)보다 월등히 많다.
이렇게 된 데는 아마도 싼 물값이 한몫 했을 것이다.
서울의 물값은 대략 도쿄의 7분의 1,파리의 4분의 1,런던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한 어떤 물대책이 나오더라도 그 대책은 말 그대로 '물대책'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물은 국민생활의 기초재이므로 당연히 정부는 국민들이 필요한 만큼 물을 쓸 수 있도록 댐도 만들고 상·하수도를 잘 관리해 부존량이 제한된 물을 최대한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돈을 물 쓰듯 한다'는 말이 통용될 수 있는 여건하에서는 물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어렵다는 점을 정부는 빨리 인정하고 이에 맞춰 정책도 조정해야 한다.
이제 '물을 돈 쓰듯 해야'우리나라가 물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황임을 받아들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