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서울 K지역본부 L본부장은 어느날 아침 위성복 행장으로부터 e메일 한통을 받았다. "K지역본부는 지난달 충당금전 이익이 목표보다 20%나 미달하는군요. 지점장들의 고객 방문 횟수는 양호한데 좀더 분발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신상품 판매실적이 저조하니 유의하십시오" L본부장은 메일을 읽고 등줄기에 땀이 흘러내렸다. 은행들이 최근 경영혁신 차원에서 업무성과를 실시간으로 계량화해 평가하는 시스템을 속속 구축하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 중심으로 활용하던 '성과평가 시스템'을 이젠 은행들도 적극 도입하고 있는 것. 조흥은행 위 행장이 '천리안'처럼 사무실 PC(개인용컴퓨터)로 전국 지역본부의 성과를 손바닥 보듯이 알 수 있는 것도 바로 그같은 시스템 덕분이다. 이 은행은 지난달말 조직별 성과지표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균형성과표(BCS)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10개 사업본부와 34개 지역본부의 실적을 월단위로 평가해준다. 특히 당기순이익 등 재무성과뿐 아니라 고객만족도, 리스크 현황, 여신승인 소요시간, 직원 1인당 지식마일리지 등 △고객 △내부프로세스 △학습 관점의 지표를 한 눈에 보여준다. 게다가 목표대비 90% 미만인 지표는 빨간색, 90∼1백% 지표는 노란색, 1백%이상 지표는 녹색으로 표시돼 목표달성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조흥은행은 이에 따라 올해부턴 반기별 업무평가 보고회를 생략하기로 했다. 대신 본부별로 미흡한 점과 개선점만을 간략히 행장에게 보고한다는 계획. 그만큼 평가 코스트를 줄일 수 있다. 장민기 경영성과팀장은 "과거엔 상반기 평가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기획부 직원들이 7월 한달동안은 휴가도 못가고 며칠밤을 새야 했다"며 "이젠 BCS 덕분에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더 중요한 건 경영진이나 부서장들이 취약부분을 쉽게 찾아내 그곳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는 것. 조흥은행의 한 임원은 "매달 실적이 공개된다는게 스트레스이긴 하지만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쉽게 파악해 대처할 수 있어 좋다"고 귀띔했다. 한편 시중은행중에선 신한은행이 BCS 방식으로 경영 성과를 측정하고 있으며 대구은행과 부산은행도 이같은 평가시스템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