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1 21:51
수정2006.04.01 21:52
하이닉스반도체가 12억5천만달러의 외자유치에 성공했다.
기대보다 좋은 성과다.
그러나 이번 결과를 보면서 한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
'과연 이번 외자유치로 누가 가장 큰 이득을 얻을까.
하이닉스반도체 일까,아니면 외국인투자자들일까'
하이닉스는 분명 수혜자다.
외자유치로 1조6천억원 이상의 현금을 쥐어 회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정상화 여부는 반도체 값에 달렸다.
현재 바닥을 헤매는 D램 가격이 언제 얼마나 오르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하이닉스의 외자유치는 '절반의 성공'일 뿐이다.
하지만 외국인투자자들은 다르다.
이들에겐 '거의 완벽한 성공작'이다.
외국인은 하이닉스의 DR(주식예탁증서)를 주식 시가보다 25%나 싸게 샀다.
그것도 최근 주가 하락으로 외국인들은 DR를 거의 최저발행가(2천9백61원) 근처에서 사게 됐다.
외국인 자신들이 DR투자를 위해 '원주매각,DR매입'이란 이중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외국인들의 실제 수익도 앞으로 주가 향방에 달렸다.
주가가 오르면 수익이 커지고 떨어지면 작아진다.
그러니 외국인들은 하이닉스 주가를 끌어올릴 게 뻔하다.
또 그럴 능력도 있다.
주가변동의 완충역할을 해야 할 대주주 지분(19.13%)은 채권단에 위탁돼 묶여있다.
하이닉스 주가는 이제 외국인 손에 맡겨진 셈이다.
"외국인은 리스크가 제로(0)인 투자를 한 것"(하이닉스 관계자)이란 얘기가 나올 만도 하다.
"하이닉스가 외자유치에 성공한 게 아니라 외국인들이 하이닉스 투자에 성공한 것"이란 평가도 마찬가지다.
그 와중에 외자유치를 주간한 미국의 살로먼스미스바니(SSB)는 15%의 DR를 발행가격에 추가로 살 수 있는 환상적인 옵션까지 챙겼다.
그렇다고 하이닉스의 외자유치를 사시(斜視)로만 볼 건 아니다.
어쨌든 하이닉스엔 회생의 발판이 될 게 분명하다.
한가지 걸리는 건 하이닉스도 그동안 수많은 외자유치기업들 처럼 '헐값 매각시비'에 휘말리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차병석 금융부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