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전용 프라이머리 CBO(채권담보부증권) 발행을 둘러싸고 극심한 로비.청탁.압력이 횡행하고 있다. 뒤집어보면 벤처기업이 극심한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벤처기업의 로비에 못이겨 CBO 발행실무자가 호텔방으로 피신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기술신용보증기금에서 1백% 보증을 하므로 벤처기업에선 일단 신청하고 보자는 일종의 "모럴 해저드"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관계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로비.청탁 실태 =CBO자금 신청접수를 마치고 대상기업 선정에 들어간 대우증권의 실무관계자는 호텔 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벤처 전용 프라이머리 CBO의 대상기업으로 선정해달라는 요구가 해당 회사는 물론 국회의원 청와대 행정관료 등으로부터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집으로 전화를 걸거나 찾아와 청탁 반 압력 반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아 호텔 방으로 피신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삼성증권 역시 "주간사 증권사가 대상기업을 선정하는게 아니라 신용평가회사와 기술신용보증기금,그리고 자산관리.운용회사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청탁을 뿌리칠 명분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 얼마나 더 발행하나 ='벤처 전용 프라이머리 CBO'는 올해 네차례 발행된다. 총 1조6천억원 규모중 1조원 가량이 발행됐거나 발행 확정된 상태다. 1차(동양현대종금 주간)와 2차(대신증권 주간)에선 각각 1천개가 넘는 기업이 몰려 6~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러나 발행 3∼4개월 전부터 주간사 증권사가 1만여개 기업과 접촉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경쟁률은 1백 대 1 수준이 될 것이라는게 D증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발행 신청접수를 마치고 대상기업 선정에 나선 대우증권도 인터넷 접수분만 1천50건을 받았다. 대우증권은 로비에 못 견뎌 기업당 평균 조달금액을 12억원 수준으로 낮춰 사모전환사채 풀링(Pooling) 대상기업을 2백50개로 늘렸다. 삼성증권의 경우 신청예정 기업의 요구에 밀려 신청접수 마감을 지난 15일에서 오는 20일로 늦췄다. 삼성증권의 발행규모는 약 6천억원으로 최대인데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보증 한도를 채운 마지막 CBO 발행이다. 게다가 대우증권에서 탈락한 기업이 대거 삼성증권에 몰릴 것으로 보여 삼성증권이 주관하는 CBO 발행의 로비전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 문제점과 대책 =CBO 자금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하고 있다는 불평이 제기되고 있다. 기술력이 아니라 신용평가 회사가 중시하는 재무구조 중심으로 자금이 배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벤처기업의 모럴 해저드도 극심하다. 이 돈이 기술신용보증기금이 1백% 보증하는 '준 공적자금'이라는 인식도 퍼져 있다. 사모전환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므로 자본금이 적은 기업은 경영권을 위협당한다는 문제점도 있다. 따라서 기술력은 있지만 재무구조가 취약한 벤처기업을 공정한 기준으로 선정해 CBO 자금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정보통신부 중기청 등으로 흩어진 중소.벤처기업 지원자금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