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1 21:53
수정2006.04.01 21:55
사내 모델을 부업으로 하고 있는 직장인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기업광고에서부터 보도용 자료사진 등에 얼굴을 드러내며 자신의 몸담고 있는 회사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직장인을 사내모델로 활용하는 곳은 신제품 출시가 많은 전자회사다.
가장 잘 알려진 직장인 사내모델은 삼성전자의 곽서희(25)씨.
곽씨는 이 회사가 발표하는 거의 모든 신제품에 '단골 출연'하고 있다.
초슬림 휴대폰과 디지털TV 전자레인지 등 최근 출시된 10여개의 제품 광고에 등장했다.
곽씨의 본업은 기업광고 업무지만 정작 일주일에 3일 가량은 하루평균 2시간이상 모델로 변신해 광고용 사진 촬영에 나서고 있다.
주위에서 모델로 입사했느냐는 놀림도 받지만 신문을 볼 때마다 회사를 위해 큰 일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생긴다고 소감을 밝혔다.
LG전자에도 6명의 전문 사내모델이 활약중이다.
이 회사 안양연구소에서 통신업무를 맡고 있는 이윤정(24)씨는 IMT-2000 시연회 모델 등 입사후 20회 가량 매스컴을 탄 베테랑이다.
강미숙(27)씨도 휴대폰과 DVD플레이어 등 지금까지 10회 가량 출연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밖에 SK텔레콤 등 통신회사나 음료 및 식품 관련 기업들도 1∼2명씩의 전문 사내 모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들 사내 모델이 갖춰야 할 조건은 크게 튀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이미지.
자칫 이미지가 너무 강할 경우 제품 자체가 '죽기' 때문이다.
사내 추천과 사진 테스트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들 사내모델의 가장 큰 기쁨은 자신이 출연한 제품이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릴 때다.
지난 5월 출시된 오디오 제품의 홍보 모델로 출연한 LG전자의 김은경(23)씨는 "제품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자 '모델이 좋아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는 주위의 칭찬이 쏟아져 무척 기뻤다"고 말했다.
사내모델을 활용함으로써 얻는 기업의 비용절감 효과도 만만치 않다.
SK㈜의 OK캐쉬백 '왕대박 잔치' TV광고가 단적인 예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을 패러디한 이 광고의 예산은 '고작' 7천만원.
왕대박 동굴 앞에서 선물을 기다리는 군중신을 촬영하는데 필요한 엑스트라 모델로 이 회사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다.
몸을 사리지 않는 오버연기를 선보여 촬영감독으로부터 전문모델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사내모델들이 회사로부터 특별 수당이나 모델료를 받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촬영으로 인해 본업이 지장받지 않도록 점심 시간이나 늦은 밤을 이용해 광고제작에 들어간다.
순전히 봉사인 셈이다.
삼성전자 곽씨의 경우 최근에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신입사원 하계수련회와 일정이 겹쳐 서울과 평창을 오가며 밤 12시까지 '강행군'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 쯤이야'라며 색다른 경험에 즐겁다고 사내모델들은 입을 모았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