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9일자) 후원자 명단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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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가 자유기업원에 대해 후원기업 명단제출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정부정책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에서 즉각 중단해야 마땅하다.
재경부에서는 감독자로서 통상적인 자료요청이라는 입장이나 자유기업원이 최근 정부정책에 강도 높은 비판을 계속해 왔다는 점에서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물론 정부로서는 최근 자유기업원이 '시장경제와 그 적들'이라는 e메일을 통해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좌경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좌익이 더이상 국정을 농단하지 못하게 우익은 잠에서 깨나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비판의 도가 지나치다고 느낄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듣기 싫은 비판에 대해서는 아예 재갈을 물려 버리겠다는 발상에서 이번 일이 빚어졌다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다양성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기업하는 사람중에는 상당수가 현 정부의 기업정책이 지나치게 시민단체 주장에 편향돼 있다고 느껴왔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기업원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물론 표현방법에 있어 비판의 소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자유기업원이 기업인들이 느끼는 바를 대변하는 것 자체는 결코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것이 자유기업원의 존립 이유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정부는 자유기업원의 비판을 봉쇄하기보다는 다양한 의견중의 하나로 받아들여 정부정책중 그렇게 비판받을 대목이 없는지 되돌아 보는 계기로 삼으면 그만이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에 보도된대로 후원자들의 명단을 제출받아 최근 발언이 이들의 뜻에 맞는지를 확인해 제재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도라면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관련법에 따르면 재경부는 재단법인의 사무,재산변동 상황에 대해 검사·감독을 할 수 있게는 돼 있다.
하지만 법 어디에도 후원자들의 뜻에 맞게 행동했는지를 감독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자유기업원이 후원자들의 의사에 맞게 활동하고 있는지 여부는 자유기업원과 후원자 사이의 문제지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다.
정부는 자유기업원에 대한 후원자 명단요구가 비판적인 발언을 봉쇄하기 위한 것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는 만큼 이를 철회해야 한다.
특히 후원자 중에는 상당수가 세무조사 등 불이익을 우려해 명단공개를 원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참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