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 이젠 변해야 한다] (4) '무너지는 공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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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노동위원회는 대한항공 노사에 대해 "교섭을 더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지만 조종사 노조는 이를 어기고 불법파업을 벌였다.
필수공익사업장인 서울대병원 등도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를 받았으나 이를 무시하고 여전히 불법파업중이다.
급기야 지난 16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민중대회 도중 정선모 서울 동대문경찰서장이 민노총 관계자가 잡아당기는 바람에 넘어져 실신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불법파업은 분명히 법에 의해 제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노동운동 현장에서만큼은 법의 존재를 찾기 힘들 때가 많다.
정부는 누차 "불법파업을 엄단하겠다"고 밝혀 왔으나 묵살되기 일쑤였다.
상황이 여기까지 온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동안 정부는 과격한 불법파업이 발생할 때마다 주동자 엄벌 등을 외치다가도 파업이 끝나면 슬그머니 풀어주곤 한게 사실이다.
이번 연대파업을 주도한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단 위원장은 지난 98년 10월 민노총 산하 금속연맹 위원장 시절 불법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돼 징역 1년형을 받고 수감중 99년 8월15일 특사로 형집행이 정지돼 풀려났다.
노동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정부가 말로는 엄정한 법 집행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틈을 보인다면 불법파업이라는 20세기의 악습은 21세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대우자동차 매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줄다리기를 들여다보면 이같은 조언에 일리가 있음을 알게 된다.
GM측은 강성인 노조를 배제하기 위해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을 매입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줄기차게 밝혀 왔다.
불법파업을 이해할 수 없을뿐 아니라 이에 무기력한 한국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지난 80년대를 기점으로 정부가 나서 합법적인 쟁의는 철저히 보호하되 불법파업은 엄단한다는 사회적인 원칙을 확립했다.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은 지난 1980년 항공관제사 노조원 1만5천여명이 임금인상을 내걸고 총파업을 벌이자 복귀명령을 내린 뒤 불응하는 노조원 1만1천여명을 해고했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1960년 봄 일본의 미쓰이탄광은 산업합리화 정책의 일환으로 구조조정에 나섰으나 노조는 불법파업으로 맞섰다.
사측은 2백82일동안 노조와 대치하며 굴복하지 않은 결과 1천2백명을 정리해고하고 산업합리화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최영기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정부가 불법파업에 대해서 만큼은 양보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의사를 나타낼 필요가 있다"며 "이와 동시에 불법파업을 유도하는 토양도 개선해야 정부의 권위가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경 기자 infof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