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고생이 너무 심해서 나온 루머인가. 아니면 과학적인 근거에서 나온 예측일까. 올해 지독히도 전국을 괴롭혔던 극심한 봄가뭄이 내년 이후에도 몇 년간 이어진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같은 '가뭄반복'의 골자는 비가 지나치게 적게 내리는 가뭄현상이 일정한 주기를 갖고 계속된다는 것. 박정규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기상에 관한 일부 논문이 가뭄의 주기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수십년간의 기상현상을 통계화한 자료인만큼 단순한 우려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가뭄 주기론'에 따르면 가뭄주기는 장기와 단기주기로 크게 나뉘어진다. 가뭄의 장기주기는 60년으로 지난 1940년대에 전국이 극심한 물부족현상을 겪었다는 점에서 2000년과 2010년 사이에 이같은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단기주기도 내년 이후 가뭄이 이어진다는 우려와 맞아 떨어진다. 단기주기는 5∼6년 정도로 지난 94∼96년 전국의 강수량이 적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올해 겪은 어려움이 향후 몇 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결론적으로 가뭄의 장·단기 주기가 모두 겹치는 내년 이후에는 어느 때보다 강수량 부족으로 인한 피해가 클 수 있다는 얘기다. 박 과장은 이같은 주기성에 대해 "통계적으로 산출된 주장인만큼 불확실성은 항상 존재한다"면서도 "기상에 대한 장기예측은 확률이 51%만 돼도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주기론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상관련업체 관계자도 "가뭄주기론의 관점에서 볼 때 모금운동과 같은 한시적인 방안은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며 "국가차원의 물관리 종합대책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