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기업은 장기간 높은 성과를 내고 다른 기업들은 그렇지 않을까. 모든 경영자와 경영학자들이 이 질문에 대해 나름대로의 해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최고 경영자가 가치 창출의 핵심이라는 주장이나 기업이 고객과의 신뢰관계를 구축하여야 한다거나 품질관리를 잘 해야 한다거나 지식 경영을 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이 그 예에 속할 것이다. 옳은 주장들이다. 이러한 주장의 밑바닥에는 최고 경영자가 원하는 대로 혹은 여러 최신 경영기법이 요구하는 대로 기업 구성원들이 행동해 줄 것이라는 기본 가정이 깔려 있다. 기계나 건물과 달리 사람들은 사고능력과 감정이 있기 때문에 이 가정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기업 구성원들의 저항으로 최고경영자가 구축한 전략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예를 우리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고객관계관리(CRM)나 전자적품질관리(TQC)시스템을 도입했다 하더라도 종업원들이 이에 적합한 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한 사례도 많다. 경영전략이나 기법을 실행하는 주체는 결국은 기업 구성원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애사심과 높은 업무의욕과 업무수행 능력을 갖추고 있을 때에만 경영 전략이나 최신 경영기법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핵심 역량은 능력있는 구성원들의 끊임없는 노력에 의해 창출된다=자원근거론에서는 다른 기업이 모방할 수 없고 다른 자원에 의해 대체될 수 없으며 가치있고 희소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지속적 경쟁우위를 유지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사한 자원을 가진 두 기업이 상이한 성과를 내는 경우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보유하고 있는 자원에서 얼마만큼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는 자원의 보유여부 만큼이나 기업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최고경영자가 내부 자원과 역량을 고려한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최고경영자라고 해도 그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중요자원의 특성과 활용방안을 다 알 수는 없다. 기업의 규모와 복잡성이 커질수록 더욱 그렇다. 결국 기업 구성원들이 중요 자원의 창의적 재결합에 필요한 활동을 할 의사와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구성원들이 기업 경쟁우위의 원천이 되는 자원을 낭비하거나 방치할 때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지속적 경쟁우위의 원천이 되는 자원을 어떻게 축적할 것인가가 중요 관심사가 될 것이다. 시장에서 쉽게 거래되는 자원은 지속적 경쟁 우위의 원천이 될 수 없다. 경쟁 기업들도 시장을 통해 그 자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단기간에 모방될 수 있는 자원이나 역량도 지속적 경쟁 우위의 원천이 될 수 없다. 결국은 오랜 기간에 걸쳐 내부적으로 축적된 자원과 역량이 지속적 경쟁우위의 원천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자원은 누구에 의해서 축적되는가. 기업 구성원들의 끊임없는 노력에 의해 축적된다. 구성원들이 애사심이 없어 일하고자 하는 의욕이 낮고 필요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한 기업에서는 지속적 경쟁우위의 원천이 되는 핵심 역량을 구축하기 어렵다. 요컨대 구성원들이 요구되는 능력을 갖추고 있고 못하거나 열심히 일할 의욕이 없을 때는 기업이 장기적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구호로서가 아닌 실천원리로서의 인간존중의 경영이 필요하다=그러면 기업은 어떻게 능력있는 구성원을 보유하고 구성원들의 업무의욕을 높일 수 있을까. 맹자(孟子)에서 말하는 "여민동락(與民同樂)" 즉 "군주가 백성과 함께 즐거움을 누린다"는 게 가장 중요한 기업운영원리가 돼야 한다. 경영자가 권력을 가진 지배자로서가 아니라 구성원들을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인정하고 이에 근거하여 행동할 때 유능한 구성원을 확보할 수 있고 구성원들의 업무의욕을 높일 수 있다. 21세기에 왠 맹자이야긴가 하겠지만 기원전의 원리는 여전히 적용될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사람들의 행동 양식은 많이 바뀌었지만 인간관계를 지배하는 기본 원리에는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이 원리에 근거한 경영방식이 서구의 고성과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인간존중의 경영" 혹은 "고성과 작업시스템"이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인재제일","인간존중의 경영" 혹은 "자원은 유한,창의는 무한"이라는 말을 경영이념에 포함시키고 있다. 기업 구성원들을 가장 중요한 기업의 자산으로 여긴다는 표현들이다. 한국의 기업들이 이것을 구호로만 사용하지 말고 진실로 실행에 옮길 때 기업 구성원들의 애사심과 업무의욕이 높아질 것이다. 지속적 경쟁우위의 창출에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경묵 <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