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독점전재 ] 1년전 분단된 한반도의 두 정상이 평양에서 직접 얼굴을 마주했을 때만 해도 아시아 냉전의 마지막 지대에서 얼음(냉전기류)이 산산이 부서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해빙은 결코 그렇게 빨리 오지 않았다. 오히려 근래에는 한반도에 찬기류가 흐르고 있다. 물론 최근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포괄적인'문제들에 대해 접촉을 재개키로 함에 따라 남북관계에 새로운 온기를 불어넣을 가능성은 있다.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도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조만간 서울을 답방해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한반도의 해빙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문제에 있어 부시 행정부는 올바른 이슈를 끄집어냈다. 북한의 미사일및 핵무기 개발계획,대규모 군사훈련등에 대한 문제 제기는 모두 정당하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진실로 이같은 여러 위협요소들을 감소시킨다면 각종 원조와 무역재개,규제완화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평양측 입장보다는 미국측의 조건을 갖고 협상에 임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과연 김 위원장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북한은 지난 수십년동안 일련의 도발적 행동을 취해왔다. 핵원료인 플루토늄에 대한 국제사찰 회피,장거리 미사일 개발,의혹이 짙은 국가에 대한 무기판매등이 대표적 케이스다. 이런 북한의 행동은 식량 연료및 다른 물품들로 보상을 받았다. 이는 외부세계가 북한의 도발적 행동이 더 악화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이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그러나 이런 시도가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측의 권유로 북한과 군사적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또 한국은 미국과 북한이 안보문제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보일 경우 협상대열에서 옆으로 밀려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불안감 때문에 한국과 미국은 외교정책에서 보조를 맞추기가 어려웠고 과거에 북한은 이런 점을 기분 좋게 이용했다. 한국이 북한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은 훨씬 많은 원조와 투자다. 또 지금까지 김 대통령은 북한측으로부터 실질적 보상을 별로 바라지 않고 원조와 투자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을 진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포괄적 원조가 이뤄지려면 모든 국가들에 대한 북한의 위협도 똑같이 포괄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한국과 미국의 정책공조는 필수적이다. 북한은 미사일 판매,플루토늄 재생산 위협등으로 미국 및 한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카드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이런 카드가 적중하지 못했다. 1년전 한반도에 진정한 화해가 진척되리라는 기대를 갖고 북한에 많은 원조를 제공했던 소위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논란이 일기는 했지만 한국인의 60%가 그런대로 이를 지지했다. 하지만 지난 1년간의 실망감으로 최근엔 이를 지지하는 사람이 불과 20%에 그치고 있다. 단임인 김 대통령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이미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은 지금까지 김 위원장이 익숙해져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게 북한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은 여전히 북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용한 나라이지만 이들 국가의 원조는 진정한 긴장완화의 대가로만 제공될 것이다. 한국등의 '조건부 지원'은 북한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최선의 제의다. 김 위원장은 이런 제의를 수용해야 한다. 정리=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 ◇이 글은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실린 'Assuming North Korea is ready for reduction in tension'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