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철 전 뉴코아 회장의 재기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올해 안에 그가 다시 유통업계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은 짙어 보인다. 걸림돌은 두가지다. 우선 재기의 발판이 될 뜀틀이 없는 형편이다. 지난 97년 이미 기울어진 난파선(뉴코아)을 건지려고 전 재산을 털어넣었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도 많이 피폐해졌다. 하루 2∼3시간씩 자고도 1주일 정도는 탱크처럼 일할 수 있는 강철 체력을 자랑하던 그도 감방에서 얻은 고혈압과 심장병 당뇨병 등으로 고생하는 처지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 회장의 컴백을 점치는 건 아직 재기의 불씨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부천을 본거지로 한 패션쇼핑몰 '씨마1020'이 불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쇼핑몰 운영회사인 뉴타운산업은 최근 경기도 분당신도시에 두번째 쇼핑몰을 내기로 하고 분양광고를 냈다. 내달 중순 개점을 목표로 내부 공사가 한창이다. 킴스클럽 서현점이 있는 건물 2층부터 7층까지 6개층을 쇼핑몰로 꾸밀 예정이다. 뉴타운산업은 원래 의류 '땡처리'를 주업으로 하던 뉴코아 계열사였다. 97년11월3일 화의신청에 들어가면서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통폐합되는 와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아 딴 살림을 차렸다. 정규직원 3백50명중 대부분은 뉴코아에서 옮겨온 사람들. 이들은 98년 부천에 둥지를 틀고 패션쇼핑몰 사업에 매달렸다.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여기에는 김 전 회장의 사위와 아들까지 참여하고 있다. 그는 불과 3년 만에 잊혀진 인물이 돼버렸다. 실패한 경영자란 족쇄도 채워졌다. 자기 손으로 만든 기업을 법정관리 상태로 떨어뜨려 수천명의 직원과 협력업체들에 고통을 안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한국 유통업계에 남긴 족적은 결코 작지 않다. 38세이던 지난 80년 서울 반포에서 4백80평짜리 슈퍼마켓으로 시작,17년 만에 재계 25위의 유통기업을 만들어냈다. 전국 곳곳에 할인점 킴스클럽을 지어 외국업체의 국내시장 공략을 막아냈다. 전국의 점포 건축현장과 손님이 오가는 매장을 돌아다니며 직원들과 함께 숨쉬었다. 20세기 한국유통사를 상징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의 재기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