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貪小失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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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떼자니 아쉽고 적극적으로 가담하긴 부담스러운 형국이다.
증시가 해외불안 요인과 국내모멘텀이 충돌하며 방향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주 하이닉스의 외자유치 성공 등으로 국내 모멘텀이 판정승을 거뒀다면 이번주 초반 증시는 나스닥 2,000붕괴 등 해외불안 요인이 다소 우세하다.
20일 증시는 해외요인 영향력이 증대한 가운데 박스권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증시가 불안정하지만 600선에 대한 하방경직성이 어느 정도 확보됐고 다음주 국민연금 투입이 예정돼 있어 저가매수세 유입이 만만치 않겠다.
화요일 뉴욕증시는 반등에 기울어 있다. 나스닥지수가 이레 연속 하락하면서 기술적 반등 시점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전날 장 종료 후 나온 오라클의 실적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증시에서 반나절에 그친 '오라클효과'가 뉴욕에서는 어떤 반향을 일으킬 지 주목된다.
이날 경기관련 지표로는 5월 주택신축과 건축허가가 나온다. 4월 수준이거나 소폭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뉴욕증시는 21일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실적발표, 26~27일 공개시장위원회(FOMC) 등을 앞두고 진폭이 커질 전망이다.
19일 증시에서는 삼성전자가 20만원대 지지력을 시험중이고 SK텔레콤도 통신주 약세 속에서도 솟아올랐다. 하지만 프로그램 매수 영향이 크게 작용했고 지수관련 대형주에 상승 모멘텀이 없어 '낙폭'을 재료로 접근하기엔 위험이 크다.
외국인의 반도체, 통신주 처분이 이어질 경우 기관이나 개인이 받아줄 여력이 크지 않은 점도 부담이다. 외국인은 이들 종목을 집중적으로 처분하며 최근 사흘 동안 4,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증시에서 반도체, 통신 관련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40%가 넘는 것을 감안하면 지수를 보고 매매하기보단 종목별 대응이 바람직하다.
시장에서는 실적개선주, 내수관련주, 환율수혜주 등에 관심을 둘 것을 권한다. 최근 지수관련주가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인 사이 이들 종목이 상승하며 가격메리트가 상당부분 감소, 선도주의 경우 차익매물을 맞고 있다.
하지만 화요일 현대차, 두산중공업, 현대모비스 등 실적주가 고점을 다시 경신하는 등 추세를 이어갈 채비를 갖췄다. 수출이 뒷걸음치는 반면 소비심리가 급속히 회복되고 있어 태평양, 신세계, 현대백화점, 롯데제과 등 내수관련주 재도약도 점쳐진다.
엔화와 같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수출증대 효과는 크지 않겠지만 환율이 한달여만에 1,300원대에 진입한 만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코오롱, 효성 등 조선, 화섬업종 등도 주목할 만하다.
시장관계자들은 이들 종목에 대한 접근도 순환매를 염두에 둔 단기매매에 국한할 것을 당부했다. 장이 에너지를 보강하지 못하고 지리하게 전개될 경우엔 과감하게 현금비중 확대도 고려해 볼 일이다.
◆ 기다리던 신호 = 경기회복 기대감이 지표로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4월 이후 증시가 경기회복 기대감에 이끌려 온 만큼 현실화는 반가운 일이 아닐수 없다.
실업률이 3개월째 하락세를 보이면서 실업자가 80만명 아래로 떨어졌고 5월 부도업체수가 10년중 최소를 가리켰다.
소비자기대지수는 5개월 연속 상승했고 3/4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는 100을 넘는 등 경기가 반등하고 있음을 알리는 지표가 나왔다. 전반적인 기업경기나 소비심리는 한결 나아진 모습이다.
하지만 증시는 이같은 소식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수출이 넉달째 급감하고 있는 데다 수출 증가의 관건인 미국 경기가 회복 기미를 나타내지 않으면서 국내 경기호전 신호는 묻힌 것.
지난주 미국 경제지표는 소비자, 생산자물가지수는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한 반면 산업생산, 소비자신뢰지수, 제조업 가동률이 감소하며 경기회복 기대에서 멀어졌다. 이번주 중엔 국제수지, 경상수지, 신규 실업수당 신청건이 발표된다.
외국인이 수급을 좌우하는 현장세에서 당분간은 국내경기 지표보다는 미국지표 변화를 더 유심히 살펴야 할 것이다.
◆ 후속 타선 불발 = 지난 금요일 주가는 장후반 가파른 오름세를 그렸다. 하이닉스 해외 DR발행이 구체화되면서 구조조정 열기에 불을 지폈고 선취매성 매수세가 이어졌다.
주초반 증시는 후유증을 겪었다. 하이닉스 유동성 위기 해갈을 신호로 GM의 대우차 MOU 제출, AIG의 현대투신 외자유치, 현대건설 출자전환, 현대석유화학 처리 등 당면한 현안들이 줄줄이 타결되고 이를 발판으로 연중최고점 돌파에 나설 거라는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자취를 감췄다.
연타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국내 구조조정 모멘텀은 여전히 유효하고 기대심리도 살아있는 현재진행형이다. 19일엔 현대건설 출자전환의 걸림돌이던 전환사채 7,500억원에 대한 신용보증기금의 3년 보증을 정부가 전격 수용했다. 이에 따라 채권은행은 이달안으로 출자전환 등 자금 투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대산업개발은 공사중인 I-타워를堅?론스타에 국내 단일 부동산 거래사상 최대 규모인 6,632억원에 매각키로 했다.
19일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현대투신의 AIG 매각이 6월 이내에 이뤄졌으면 한다는 기대감을 피력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측과 AIG측의) 실사가 마감돼 현재 실사결과를 놓고 투자규모와 구조 등을 협의 중"이라며 "양측간 차이는 적은 금액이며 본질적인 차이라기보다는 평가기준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우차 매각과 관련 매각이 이번달을 넘겨 길어질 수 있다고 밝혀 대우차 매각협상이 장기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채권단과 GM은 이번주 부평공장 처리 등 최종안 들고 홍콩서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산업은행이 예상했던 2주일의 기간이 지난 시점에서 인수대금과 부평공장 포함 여부 등이 난항을 겪을 경우 지리한 시간끌기에 전체적인 구조조정 모멘텀이 힘을 잃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면한 현안중에 증시 및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가장 큰 것이 대우차 처리인 점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장기간 증시를 억누르던 요인이 실마리를 풀어가고 있는 점에서 구조조정 진행은 속도와는 별개로 긍정적이다. 다만 선반영됐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장기화되고 분산될 경우 개별종목 재료로 그칠 가능성도 더불어 증가한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