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내림세로 출발하면서 1,300원을 깨고 내려섰다. 하향 압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으며 시장심리는 달러팔자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 뉴욕장에서의 달러/엔 환율하락과 역외선물환(NDF)시장 환율의 약보합세를 반영한 출발을 한 뒤 외환당국 고위 관계자의 발언에 덧붙여 방향을 아래쪽으로 끌고 있다. 전날보다 2.90원 낮은 1,302원에 거래를 시작한 환율은 개장 직후 내림세를 이으며 1,299.90원까지 밀린 끝에 오전 10시 13분 현재 전날보다 4.80원 1,300.10원을 기록중이다. 달러/엔 환율이 123엔대로 올라왔음에도 이는 무시되고 있으며 외환당국자의 발언과 향후 수급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 김용덕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은 "하이닉스 반도체, 한국통신 정부지분 매각 등 하반기 구조조정과 관련해 40∼80억달러 외화유입이 예상돼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며 "최근 환율 상승은 다른 동남아통화에 비해 원화가 상대적으로 덜 절하됐다는 기대가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수급에 큰 문제가 없지만 단기간내 환율이 급격하게 움직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한국통신 매각분은 시장에 풀지 중립적으로 처리할 지는 민감한 사항이므로 언급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달러/엔 환율은 19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하야미 일본은행(BOJ)총재의 발언을 업고 내림세를 보이며 122.85엔에 마감했으나 이날 도쿄장에서 일본 무역수지 흑자폭이 줄어든 데 따라 반등을 시도, 123.10엔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본의 5월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6.1% 감소한 801억엔을 기록했다. 하야미 BOJ 총재는 전날 "인위적인 엔화 약세 유도는 없을 것"이라며 "엔 약세는 일본 수출에는 도움이 되지만 인근국에 고통을 주고 세계경제의 위축을 초래하므로 결국 일본 경제회복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유로지역 산업생산이 4월 0.5% 하락해 유로 경제전망에 대한 불투명성이 부각되면서 85.40센트로 떨어졌다. 유로/달러는 일시적으로 80센트까지 하락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섰던 역외세력은 뉴욕장에서 달러매도에 무게를 실었으나 개장초 롤오버성 물량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큰 규모의 거래는 자제되고 있다. 업체들은 여전히 관망세가 짙은 가운데 적극적으로 팔자는 의사는 거세된 듯한 분위기며 1,300원선 초반에서는 달러사자(비드)가 나오고 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나흘째 순매도에 비중을 두고 거래소에서 120억원의 매도우위를, 코스닥시장에서 25억원의 매수우위를 보이고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엔이 조정을 받으면서 박스권에 머물고 역외매수도 어제 뉴욕에서 주춤해 쉬어갈 것으로 예상돼 오늘 환율은 1,298∼1,304원 범위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시장은 단기고점 기대와 1,300원 지지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며 "달러팔자(오퍼)가 쉽게 따르지 않는 측면이 있으나 오늘 환율은 아래쪽이 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거래범위는 1,297∼1,302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외환당국자의 발언은 너무 한쪽에 매달리지 말라는 의미 정도로 해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