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전자화폐 실용화 과제..조하현 <연세대 경제학 교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전자화폐와 전자결제 시스템의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다.
지금까지는 전자화폐가 전반적으로 이용되지 않았지만,최근 들어 다양한 전자화폐의 개발과 응용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어 조만간 화폐 수표 등 기존의 결제수단을 상당히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신용과 기술의 불안정성,거시경제정책의 효율성 감소 등 다양한 문제들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전자화폐는 보관 운반이 편리해 소비자 편익을 증대시키고 사회적 거래비용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 현금에 비해 직접적인 도난 분실에 의한 피해 가능성도 감소한다.
그러나 만약 발행기관이 도산하게 되면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위조,변조,정보유출 및 결제 시스템의 중단에 따른 피해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전자화폐의 본격 도입에 있어 중요한 과제는 범용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일정 범위의 표준화작업이 선행되어 범용성을 높여야 하며,전자화폐의 가치를 보장할 수 있도록 전자화폐 발행기업들이 신용과 기술 측면에서 안정성을 확립해야 한다.
그러므로 정책당국이 전자화폐 발행기업의 안정성에 대한 자격기준을 미리 설정하고,그 기준을 넘어서는 기업에만 사업권을 허용하는 방식, 즉 허가제가 바람직할 것이다.
그리고 일단 허가받은 기업에 대해서도 정부당국은 전자화폐의 신용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 감독해야 한다.
전자화폐 발행과 관련, 정부가 규제를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있다.
특히 규제의 범위와 내용이 중요하다.
세계적인 추세를 살펴보면 유럽은 적극적인 규제를 시행하는 반면,미국은 소극적인 규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제 규제의 기본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
우리가 앞으로 검토해야 할 규제의 주요 내용은 발행기업 선정기준,지불준비금 납입,은행보험 가입,BIS비율 규제 등 자본건전성 감독,통화관련 통계의 보고의무,외환취급 허용 여부 등을 들 수 있겠다.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기업입장에서 볼 때 전자화폐 사업은 황금알을 낳을 수 있지만,미래가 불확실하며 위험이 크다는 부담도 있다.
더욱이 대규모 연구개발비와 초기투자를 요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선뜻 나서기 어려운 점이 있다.
따라서 개별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부분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동 연구개발의 장을 마련하고,연구개발비에 대한 금융지원 및 세제혜택 등을 검토할 수 있겠다.
더욱이 우리 기업들이 국제적으로 기술을 선점할 경우 전자화폐는 중요한 수출자원이 될 것이며 국가경제 전반에 걸쳐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다.
따라서 전자화폐의 도입과 확산은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중요한 문제다.
이러한 점에서 시급한 과제는 정부당국이 전자화폐사업 허가에 대한 기준선정,자본건전성 감독,자금 및 세제지원 등 제반 업무를 총괄할 수 있는 기관을 먼저 설립해 현재 개별기업 차원에서 이뤄지는 사업을 조정하는 것이다.
전자화폐의 확대는 통화당국의 지위 및 영향력 뿐만 아니라 거시경제정책 효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선 정부의 통화공급 독점권을 약화시키고 화폐주조이익(seigniorage)을 감소시킨다.
둘째,현금통화 감소에 따라 신용승수와 통화공급에 영향을 미친다.
셋째,통화정책의 효율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즉 국내 신용량과 국제적 통화 이동량의 증가에 따라 금리 물가 환율 등 주요 거시경제변수들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며,정책당국은 이러한 변화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전자화폐의 도입은 이제 시작 단계다.
전자결제 시스템이 앞으로 어느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아직은 단언할 수 없다.
국제적 표준화가 이행되기 전에 기술개발을 가속화시켜 우리 기술이 세계표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전자화폐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준비를 미리 갖추어야 한다.
hahyun@base.yonsei.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