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방송 등 전 중앙언론사에 대한 사상 초유의 일제 세무조사가 사실상 끝나고 세금추징액 규모까지 밝혀짐에 따라 조세범칙범으로 사법 처리될 대상과 수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에 고발될 언론사 대주주와 오너 등의 윤곽은 이르면 이달말까지,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는 결정될 전망이다. 이미 내부적으로 주요 고발 대상이 정해졌고 1~2개사 관련자에 대한 최종 처리 방침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발 조치가 취해지면 언론사별로 탈세 사실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공개되기 때문에 파문과 후유증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 유례 없었던 언론사 세무 조사 =이번 조사에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1∼4국의 조사 인력이 대거 투입됐다. 서울청 조사국 전체 9백명의 절반에 육박하는 4백여명의 정예 요원이 투입됐고 지난 2월8일부터 6월19일까지 4개월 이상 진행됐다. 말이 '정기 미집행 법인세 조사'였지 실질적으로는 특별 세무조사에 버금가는 상황. 국세청은 "언론도 (세무 조사에서) 예외가 될 수 없으며 장기간 집행하지 않았던 법인 정기조사일 뿐 다른 배경은 없다"고 거듭 강조해왔지만 끊임없는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또 두고 두고 논쟁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조사는 언론사 자체의 탈세 여부와 언론사 대주주 내지 오너의 탈세 부분 두 가지에 집중됐다. 특히 대주주에 대한 조사 결과는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언론 개혁 요구와 관련,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 일부 언론사에 국한되기는 했지만 대주주들이 추징당한 세금만도 1천8백억원에 달해 그 규모에서 우선 놀라움을 안겨준다. ◇ 대주주들의 다양한 탈루유형 적발 =소득.증여.상속과 관련된 세금 탈루가 많이 드러났다. 대주주의 탈루는 일부 언론사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는데 모두 3천3백97억원의 탈루 소득이 적발됐다. 언론사 주식을 2,3세에게 증여하면서 실제 매매가 이루어진 것처럼 가장해 증여세를 탈루하는 방법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손영래 서울지방국세청장은 "매매 형식을 가장하거나 형식상 주식대금 지급 또는 배당금을 수령한 것처럼 위장한 '주식 우회증여 및 명의신탁' 방식으로 1천2백46억원의 소득이 탈루됐으며 추징 세액은 6백81억원"이라고 밝혔다. 언론사 주주나 관계회사들이 일반 광고주가 지급하는 같은 규격의 광고료 단가보다 훨씬 높게 비정상적인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온 우회 지원도 적발됐다. 이 경우 탈루 법인세는 각 관계회사에 추징한다. 대주주 등으로부터 주식 취득자금을 실제로 증여받고도 자금 출처를 숨겨 증여세를 탈루한 '현금·금융자산 증여'도 포착됐다. 이 부분 탈루 소득은 6백40억원이었지만 추징 세액은 4백60억원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는 임직원 등의 이름으로 개설된 차명 예금계좌가 이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밖에도 타인 명의로 매입한 뒤 양도 후 양도대금을 자녀에게 증여해 양도소득세와 증여세를 탈루하는 방식까지 동원됐다. 손 청장은 주민등록 위장전입 등 관계법령 위반 여부를 검토, 해당 기관에 통보하거나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과당 경쟁에서 비롯된 법인세 탈루 =신문.방송사의 탈루 소득은 판매지국에 제공한 '무가지'가 주된 항목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신문사가 유가지의 20%를 넘는 부분에 대한 세금을 추가로 내게 됐다. 국세청은 유가지의 20%를 초과하는 무가지는 모두 접대비로 처리했고 이 과정에서 접대비 한도를 초과하는 무가지 금액만큼 소득으로 포함됐다. 광고료 인쇄용역 신문판매 수입을 장부에서 빠뜨린 회사도 상당수 적발됐다. 일부는 동문회 출판사 등 비영리.면세법인의 회보, 월간지 인쇄대금을 현금이나 가계수표로 받고 장부에서 뺀 경우도 있었다. 가짜 신용카드 영수증 등 부실 증빙서류를 첨부해 비용을 부풀리거나 광고수입 줄이기, 법인자금에 대한 허위변제, 결손금 과대계상 등도 흔히 발견된 탈루 유형이라고 서울지방국세청은 밝혔다. 대부분 언론사가 여기에 해당됐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