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사흘만에 1,200원대로 복귀했다. 달러매도심리가 시장에 팽배했으며 장 후반 10원이상의 급락세에서 주로 거래를 이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0원 내린 1,294.90원에 거래를 마치며 나흘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달러/엔 환율이 123엔을 지지하지 못하자 거래자들이 적극적으로 롱스탑 물량을 처분했으며 네고물량 출회도 이어져 공급우위의 장세가 뚜렷했다. 특히 외국인 직접투자(FDI)자금으로 추정되는 물량 공급이 시장에 큰 충격을 가했으며 2억∼4억달러 사이에서 물량이 공급된 것으로 시장관계자는 관측하고 있다. 최근 매수세를 잇던 역외세력이 전날 뉴욕장에서 매도로 돌아서는 기미를 보이더니 이날 적극적인 매도세를 보인 것이 시장심리를 뒤흔들었다. 600선 아래로 내린 주가를 비롯 외국인 주식순매도가 나흘째 이어졌으나 환율 하락요인 앞에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역외매도세와 어디 것인지 모르겠으나 FDI자금이 공급된 것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저가매수세가 나오기도 했으나 매도세를 당하지 못했으며 심리는 불안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일시적인 물량 공급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달러/엔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며 "내일은 1,292∼1,297원 범위를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1,300원에서 팽팽하게 공방을 펼치던 환율이 FDI자금이 3∼4억달러 가량이 쏟아짐으로 인해 롱스탑 물량이 따라오는 등 물량공세에 시달렸다"며 "최근 1,290원대 초반에서 역외세력이 살 때 역내에서는 적극 팔더니 오늘은 반대 상황이 연출돼 완전히 역외세력에 의해 역내거래자들이 농락당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펀더멘털이나 엔화 약세 추세는 계속 될 것으로 보여 1,290원은 지지될 것"이라며 "내일은 외국인 주식순매도분이 2억달러 가량 유입될 것 있으며 1,292∼1,301원 범위를 예상한다"고 전했다. ◆ 물량 부담 가중 = 엔화 강세 전환에 따른 역외매도세, FDI자금, 롱스탑 물량 등 달러팔자가 절대적으로 우세했던 것이 환율 급락을 이끌었다. 달러/엔 환율은 일본 5월 무역흑자폭 감소에도 불구, 내림세를 보였다. 전날 뉴욕장에서 하야미 일본은행(BOF)총재 발언으로 122.85엔의 내림세로 마감한 달러/엔은 오전장중 무역흑자폭 축소로 소폭의 올라 122.90∼123.10엔대에서 주로 움직였다. 일본 재무성은 미국 경기 둔화 여파로 5월 무역수지 흑자폭이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86.1% 급감한 801억엔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오후들어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고 아소타로 자민당 정조회장이 과거 재정지출이 디플레이션을 막는데 효과적이었다는 발언으로 정부 지출을 시사, 달러/엔은 하락세를 보이며 122.60엔대까지 내려섰다. FDI자금과 관련해서는 하이닉스반도체의 GDR 발행자금 등 여러 루머가 돌았지만 OB맥주의 외자유치분이라는 분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OB맥주는 벨기에의 인터브루사와 지분 45%를 5억달러에 팔기 위해 협상중이다. 역외세력은 전날 뉴욕장에서 달러매도에 무게를 싣고 이날 개장초 롤오버성 물량을 사들이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 적극적으로 달러팔자에 나섰다. 또 재정경제부 고위관계자도 전날 하야미 일본은행(BOJ)총재의 발언에 보조를 맞춘 듯 이날 오전중 하반기 외국인 직접투자(FDI)자금분과 구조조정 기대감 등을 들어 시장에 다소 압박을 줬다. 엔화 환율의 조정 타이밍에 맞춘 발언이었다. 시장관계자는 그러나 "익히 아는 사실인데다 실수가 나오느냐 아니냐가 더 중요한 문제이며 FDI자금에 대한 확인에 그쳤다"고 말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달러/엔과 NDF환율의 하락세를 반영, 환율은 전날보다 2.90원 낮은 1,302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개장 직후 환율은 레벨을 낮추며 1,300∼1,301원 범위에서 내림세를 잇다가 1,299.90원까지 가라앉았다. 이후 환율은 소폭 되올라 1,300원선에서 거닐다가 업체 물량으로 되밀려 1,299.80원까지 저점을 낮추기도 했으나 대체로 1,300원을 탄탄하게 받친 끝에 1,300.7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마감과 같은 1,300.7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하향세를 보이면서 개장 20분 뒤 1,300원을 뚫고 내려선 뒤 저점 경신에 적극 나서는 급락세를 보였다. 일부 외국계은행을 통해 FDI자금으로 추정되는 달러공급이 시장을 뒤흔들면서 전날 마감보다 11.20원이나 낮은 1,293.70원까지 저점을 낮췄다. 이후 환율은 낙폭 과대에 따른 반발심리로 1,295.70원까지 반등하기도 했으나 물량 부담을 느끼며 1,294원선에서 소폭 등락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주식순매도에 치중하며 거래소에서 1,273억원의 매도우위를, 코스닥시장에서 68억원의 매수우위를 보였으나 환율 하락을 억제하지 못했다. 외국인이 나흘 내리 순매도세를 보임에따라 역송금수요에 따른 환율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공급 물량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 장중 고점은 개장가인 1,302원, 저점은 개장가인 1,293.70원으로 하루 등락폭은 8.30원이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6억3,63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9억9,79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8억500만달러, 4억620달러가 거래됐다. 21일 기준환율은 1,298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