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전문기자의 '세계경제 리뷰'] 아르헨 '페그환율제'의 명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3개월전 도밍고 카발로가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으로 복귀했을 때 현지 언론의 반응은 굉장했다.
'마술사가 돌아왔다''이제 아르헨티나 경제위기는 끝났다'며 찬양일색이었다.
옛날의 그를 기억하고 있기때문이다.
10여년전 아르헨티나 경제는 파탄지경이었다.
한달에 물가는 2백%씩 치솟았고 실업자는 급증했다.
이 난국의 해결사로 카발로가 등용됐다.
그는 1991년 경제장관이 되자 곧바로 물가안정 비책을 내놨다.
비책은 변동환율제를 버리고 달러에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1 대 1로 고정(페그)시키는 환율제도 개혁이었다.
동시에 정부의 달러보유액 만큼만 페소화를 시중에 유통시켰다.
이 '페그(peg)환율제'는 대성공이었다.
치솟던 물가가 잡히고 경제성장의 기반이 마련됐다.
지난 3월 경제장관으로 컴백한 그에게 떨어진 과제는 '부도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라'는 것이었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외채위기로 국가부도(디폴트) 일보직전이었다.
취임후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공공지출 억제방안을 수립하고 해외채권자들과의 줄다리기 끝에 외채상환조정 협상도 마무리지었다.
이 덕에 아르헨티나는 일단 부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3년째인 경기침체의 해법을 놓고 딜레마에 빠져 있다.
침체의 주요인이 페그환율제인 까닭이다.
페그제로 페소화 가치가 높아지자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하락,오늘의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최근 카발로는 특이한 경기회복책을 내놨다.
수출업체들에만 달러당 1.07페소의 환율을 적용해 주는 이중(二重)환율제의 도입이었다.
자신의 업적인 페그제의 골격은 유지하되 수출경쟁력을 높이려는 궁여지책이다.
이 대책이 발표되자 아르헨티나 국채가격은 급락하고 단기금리는 두배로 뛰었다.
해외투자자들은 이중환율제를 페그제의 포기신호로 해석,아르헨티나국채를 시장에 내던졌다.
국채값이 급락하자 잠잠하던 경제위기설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경제위기는 신흥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같은 신흥시장권인 한국 경제도 아르헨티나 위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카발로 장관은 세계신흥시장의 안정을 위해 '구관이 명관'이라는 옛말을 증명해야 한다.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