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을 일으킨 외자계기업들은 여러가지 할말이 많다. 반성이나 유감 표명을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한국시장 접근에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이해"를 구하는 업체들도 있다. 아니면 아예 "노코멘트"로 일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까르푸의 경우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자 2개의 "입장"을 정리해 언론기관에 발표했다. 우선 "납품업체로부터 협찬금과 광고비 등을 받은 것은 사실이며 이로 인해 물의를 빚게돼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까르푸는 그러나 "공정위의 지적처럼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것이 아니라 납품업체들과의 협의하에 이뤄진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유통업체와 제조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양질의 제품, 저렴한 가격'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결국 까르푸는 한국 정부의 조치를 수용은 하겠지만 고객 만족이라는 '변명'을 동시에 한 셈이다. 주가조작 사건에 휘말린 리젠트 퍼시픽그룹은 아예 접촉이 되지 않는다. 짐 멜런 회장이 영국에 계속 머무르고 있는 데다 한국의 지주회사인 KOL도 한달 전쯤 사무실을 폐쇄하고 철수했다. 리젠트증권 관계자는 "대부분의 임직원들은 주가조작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도 황당하게 생각한다"며 "도덕성을 중시하는 글로벌 금융기관이 어떻게 그런 일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작년에 서울 모터쇼 개최를 놓고 한국자동차공업협회와 마찰을 빚었던 수입자동차협회도 나름대로 할 말이 있다. 한국차시장이 지나치게 폐쇄적인 데다 수입차협회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한국차협회에 끌려다닌다는 수입차회사들의 불만이 많다는 것이다. 지멘스처럼 뇌물제공과 같은 범법을 저지르는 외자계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즈니스가 안면과 학연 지연 위주로 이뤄지는 한국적 풍토에서 외자계는 울며겨자먹기식으로 한국적 관행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에 전자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외국계기업 관계자는 "대부분의 다국적 건설업체들이 왜 뉴욕증시에 상장을 하지 않는 이유를 아느냐"고 반문하면서 "음성로비가 필수적인 제3국가에서의 수주영업 특성상 재무구조를 백일하에 공개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이 외자계도 한국적 관행을 무시한 채 무조건 투명한 글로벌 스탠더드만을 추구해서는 장사를 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공정위가 다국적기업의 본사지침에 따라 이뤄진 거래는 물론 외국사들간의 거래라도 한국의 경쟁기업이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칠 경우 제재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자 외자계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국에서 지게차를 만드는 클라크 관계자는 "한국의 공정거래법이 독과점 규제를 위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영업이나 하청업체를 관리할 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