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팽창 가도를 달리는 소액신용대출의 특징은 크게 세가지다. 담보나 보증인이 필요 없다는 것과 자금 용도가 주로 생활자금이란 점이다. 대출 기간이 짧아 실제 이자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도 성장 배경 중 하나다. 틈새시장으로 주목받는 소액신용대출 시장을 선점한 곳은 바로 일본계 대금업체. A&O인터내셔널 프로그래스 등이 그들이다. 그러나 최근 살인적인 고금리 사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비화된 것을 계기로 신용금고 할부금융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시장 탈환에 나서고 있다. ◇ 왜 주목받나 =지난 4월 정부는 신용불량자와 이에 따른 고금리 사채라는 사회 문제를 척결하는 정책을 폈다. 이때 소액신용대출 시장의 양성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 시장은 그러나 이미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은행 신용금고 등 금융회사들이 도외시했을 뿐이었다. 일본계 대금업체들과 삼성캐피탈 등 일부 할부금융사들은 단기급전 수요에 눈을 돌려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두고 있다. 최근들어 은행 보험사까지 뛰어들면서 경쟁 양상은 뜨거워지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다 마땅히 돈 굴릴 곳이 없는 현 금융시장 상황도 이 시장의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 가열되는 쟁탈전 =이 시장을 선점한 일본계 업체에 도전장을 내민 곳은 신용금고. 구조조정의 세파를 헤친 신용금고들은 시장개척 0순위로 이 시장을 꼽고 있다. 현대스위스금고는 연 48%의 금리로 2백만원까지 빌려주는 '체인지 론'을 판매하고 있다. 대금업체에서 돈 빌린 증명서만 있으면 즉시 대출해 준다. 이 회사는 지난 4,5월 두달동안 1백만원을 빌려주는 '누구나대출'을 내놓아 2백억원 이상의 대출 실적을 기록했다. 한솔과 푸른금고도 1백만원을 즉시 빌려주는 '늘푸른대출'과 '모드니대출'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아하론패스'로 1조2천억원의 대출 실적을 기록한 삼성캐피탈은 지난 13일 신용등급 자체가 없는 무신용자를 위한 '아하C&C대출'을 내놓았다. 영세 상인 등을 타깃으로 연 18.9∼22.9% 금리에 최고 5백만원까지 빌려준다. 현대캐피탈도 '드림론패스'를 앞세워 3개월만에 3천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A&O인터내셔널은 연 86%로 최대 2백만원을 빌려주는 상품에 주력하고 있다. 프로그래스는 올 연말까지 대출 잔액을 작년말 대비 50% 늘어난 1천2백억원대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한미은행이 1백만원을 신용으로 빌려주는 '즉시대출'을 내놓았고 제일은행은 50만∼7백만원까지 급전을 빌려주는 '퀵캐쉬론'을 취급하고 있다. ◇ 향후 전망과 문제점 =국내 소액신용대출 시장의 규모는 올해 50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전체 소비자대출 시장은 지난해 1백64조원에서 올해엔 2백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삼성캐피탈은 전망했다. 은행의 개인대출과 신용금고 신용카드 할부금융 등 2금융권의 대출을 모두 포함시킨 것. 이 중 소액신용대출 부문이 2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삼성은 분석했다.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이 찾는 소액신용대출 시장의 속성에도 불구하고 연체율은 비교적 낮은 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만큼 안정적인 금융시장이란 얘기다. 삼성캐피탈 제진훈 사장은 "저신용자 또는 무신용자층의 자금 수요가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위험관리 시스템만 제대로 갖춰지면 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물론 무리한 대출 회수를 둘러싼 분쟁이 생길 개연성도 적지 않다. 지난 70년대 대금업이 급팽창하던 일본에서 연 1백%에 가까운 고금리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자살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일어났었던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