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21일 총리 직속의 경제재정자문회의를 열고 저성장 감수와 불량채권 조기처리를 골자로 한 경제운영 기본방침을 확정했다. 향후 2~3년간 일본 경제 운영의 틀이 될 이 방침에서 일본 정부는 최종 목표를 민간 주도의 경제 성장과 체질 개선에 두고 이를 위한 7대 개혁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개혁프로그램은 민영화 창업지원 지식자산확대 등의 목표와 실천 방안으로 짜여져 있다. 기본 방침과 관련,다케나카 헤이조 경제재정담당상은 마이너스 성장을 전제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수법인 통폐합,공공투자 축소 등 경기회복과 거리가 먼 내용을 상당수 담고 있어 일본 경제는 장기간 제로(0) 수준에 근접한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방침은 불량채권 처리를 경제재건의 최우선 과제로 규정하고 2~3년내에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일본정부는 1980년대 미국의 경험을 참고하는 한편 은행들이 자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불량채권을 넘겨 받을 수 있도록 정리회수기구의 기능을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정부조직인 정리회수기구는 한국의 자산관리공사와 유사한 역할을 맡고 있는 곳이다. 방침은 또 2002년도 예산편성과 관련,재정 건전화를 위해 신규 국채발행액을 30조엔 이하로 억제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개혁 프로그램으로 10만~20만명의 신규실업자가 발생하고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은 제로(0)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정보기술(IT) 등 신산업육성 등으로 수년후에는 2~3%로 성장률이 높아지고 경제체질도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이같은 정부의 방침에 대해 '민수주도에 따른 경제성장과 일본 경제의 본격적인 재건'을 겨냥한 처방이라고 분석했다. 개혁은 국민적 지지가 있을 때 단행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고이즈미 내각이 경제개혁에 칼을 빼어들었으나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데다 자민당 기득권 세력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계획대로 일이 풀려나갈지는 의문이다. 특히 고이즈미 총리를 총리자리에 앉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자민당 지방 대의원들을 중심으로 도로특정 재원의 타예산 전용과 지방교부금 삭제 문제를 놓고 "고이즈미에게 속았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어 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도 있다. 일본 재계는 이마이 다카시 게이단렌 회장 등 재계 지도급인사들이 구조개혁만이 경제재건의 돌파구라며 기본방침을 전폭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이 주축이 된 일본상공회의소는 경기가 후퇴국면에 처한 상황에서 무리한 개혁추진은 중소기업들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