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제과산업의 대명사였던 해태제과가 창립 56년만에 외국인 손에 넘어가게 됐다. UBS컨소시엄이 인수키로 한 것은 해태제과의 제과공장과 '해태'라는 브랜드를 포함한 영업권 등 제과부문 자산이다. UBS컨소시엄은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법인을 설립, 전문경영인 체제로 회사를 경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자들의 고용은 그대로 승계하기로 했다. 문제는 건설부문만 남은 기존의 해태제과. 이 회사는 이름을 바꿔 당분간 존속하게 된다. 그러나 건설부문의 자산이 순차적으로 정리되면 결국은 해산절차가 진행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채권단은 제과부문 매각대금과 건설부문 자산 처리대금을 갖고 '빚잔치'를 벌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내달 20일께 채권단을 포함한 관계인 집회를 열어 제과부문 매각대금 분배와 건설자산 처리방향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해태제과의 총부채는 1조8백8억원 정도다. 건설부문 자산을 아무리 잘 쳐주더라도 채권단과 협력업체 등은 채권의 60∼70%만 건질 수 있을 전망이다. 따라서 기존 해태제과 주주들에겐 돌아갈 몫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해태제과는 부채가 자산을 6천억원 이상 초과한 상태이기 때문에 주주들이 권리를 주장할 처지가 못된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해태제과는 지난 1945년 10월 서울 용산구 남영동에서 '해태제과합명회사'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설립자는 박병규(박건배 회장의 아버지) 민후식(해태유업 전회장) 신덕발(해태관광 전회장) 한달성씨 등 4명. 이들은 일제시대 제과회사이던 영강제과에 같이 근무했던 동료들이었다. 이후 해태제과는 56년 풍선껌 개발, 58년엔 아이스크림 사업 진출 등 승승장구하며 롯데제과와 더불어 국내 제과 시장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건설분야 진출과 인켈 인수 등 무리한 사업확장이 화근이 돼 지난 97년 11월 그룹이 부도를 맞았고 99년 채권단이 8천4백억원에 이르는 부채를 출자로 전환한 뒤 해외매각을 통한 회생을 모색해오다 이번에 성사됐다. 6월말 결산 법인인 해태제과는 지난해 제과부문에서 6천9백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시장점유율은 23% 내외로 추정된다. 윤진식.차병석 기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