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열풍이 불고 있다. 세계 유수 기업들의 최대 목표시장이자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중국이 각광받고 있다.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속속 모여들면서 중국은 이제 세계경제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오는 11월 세계무역기구(WTO)에 정식 가입하게 되면 중국은 멀지않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한국경제신문은 중국의 WTO 가입을 앞두고 한국무역협회와 공동으로 "중국의 부상과 우리의 대응"이란 주제로 특별 좌담회를 열었다. 이번 좌담회에는 국내 기업인중 중국관련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천진환 전 LG그룹 중국본부 사장과 배광선 산업연구원 원장, 신영섭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 참석했다. 김진현 무역협회 객원연구원(전 서울시립대 총장)이 사회를 맡았다. [ 참석자 ] 김진현 < 전 서울시립대 총장.현 무역협회 객원연구원 > 배광선 < 산업연구원 원장 > 천진환 < 전 LG그룹 중국본부 사장.현 연세대 특별초빙교수) 신영섭 <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 --------------------------------------------------------------- △ 김진현 전 총장 =중국이 세계경제의 화두(話頭)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일례로 일본은 '2001년 통상백서'에서 가장 강력한 라이벌 국가로 중국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도 향후 일본보다 중국에 더 신경써야 한다며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고요. 먼저 배 원장께서 중국경제의 현황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 주시지요. △ 배광선 원장 =중국은 1978년 말 개혁.개방 정책을 선언한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약 9.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입니다. 경제규모는 작년 1조7백억달러로 세계 7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습니다. 경제규모에서뿐 아니라 경제운용 시스템에서도 중국은 큰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경직적인 계획경제는 상당부분 완화됐으며 공급 주도형 경제에서 국민과 시장 중심의 경제로 바뀌고 있지요. 개도국 가운데에서도 외국인 직접 투자 규모가 가장 많습니다. 중국이 이제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반증이지요. △ 천진환 전 사장 =중국은 거대한 시장이면서도 실제론 그렇게 말하기 어려운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1인당 평균 볼펜 소유량은 9자루인데 비해 중국은 0.5자루에 불과합니다. 전세계 볼펜 공장을 모두 가동해도 중국인들은 미국인들만큼 볼펜을 소유할 수 없습니다. 물론 중국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현재 중국의 저축률은 GDP(국내총생산)의 30∼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것은 화교 자본을 비롯한 외자이고요. △ 신영섭 위원 =익히 알고 있듯 중국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고도성장을 이룩해 왔습니다. 올해 안에 WTO에 가입하게 되면 지난 78년 이후 또 한번의 큰 전환의 계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시장개방을 더욱 확대해야 하고 관세율을 낮춰야 하며 서비스 시장도 개방해야 합니다. △ 김진현 전 총장 =불과 20여년만에 중국이 이처럼 급속하게 성장하게 된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요. △ 천진환 전 사장 =무엇보다도 짧은 시간에 대외 개방을 위한 법적인 장치를 잘 갖춰 놓았다는 점을 들 수 있겠지요. 역사적으로는 92년에 들어와 덩샤오핑이 '남순강화' 정책을 표방해 중국경제가 한 단계 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 신영섭 위원 =막대한 내수 시장규모가 중국경제 발전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이것이 경제성장에 필요한 풍부한 외화를 유치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홍콩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화교들의 자본도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모든 대학을 거점으로 이른바 기술개방공사를 설립해 적극적으로 '기술의 상업화'를 꾀한 점도 주효했고요. △ 배광선 원장 =중국은 석유 석탄을 비롯한 천연자원과 관광자원이 풍부합니다. 우수한 인력과 값싼 노동력도 가지고 있고요. 우수하고 값싼 인력은 과거 우리나라의 산업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지만 중국의 인건비는 아직도 우리의 1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값싼 인건비와 방대한 시장을 겨냥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산업화를 가속화했지요. △ 김진현 전 총장 =빠르면 중국은 오는 11월 WTO에 정식 가입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이 비로소 세계경제질서에 편입되는 셈이지요. 중국의 WTO 가입이 미국을 비롯 일본 유럽 아시아 등 세계경제에 어떤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는지요. △ 배광선 원장 =WTO에 가입하면 중국의 경제체제는 다시 한번 환골탈태하게 될 것입니다. WTO 가입 후 5년동안 중국경제는 연 평균 7%씩 성장, 2005년 GDP는 1조2천5백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기존 업체에는 공개적이고 통일된 경쟁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신생업체에는 진입장벽을 제거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봅니다. △ 신영섭 위원 =아시아 국가들이 외자 유치에서 상대적으로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물론 우리나라와 일본도 예외가 될 수 없지요. 중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산업의 경우 피해가 불가피할 것입니다. △ 천진환 전 사장 =국내 업계에서는 중국의 WTO 가입이 단기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수출증대 등에 기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가격경쟁력을 통해 선진국 시장을 잠식하는 등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 철강 전자 등의 대중국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대중국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습니다. 중국이 선진국 투자를 끌어들여 제품을 생산한 뒤 한국으로 수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중국은 수출을 확대하면서 미국 유럽 등 우리나라 주요 수출시장을 잠식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김진현 전 총장 =그동안 한국은 IMF 때문에 구조조정을 했지만 앞으로는 대(對)중국 요인에 의한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란 얘기도 있습니다. 중국의 급성장과 WTO 가입 이후에 대비, 한국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 신영섭 위원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선 한국이 동북아의 물류 금융 및 비즈니스 중심지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우선 물류면에서 부산·광양항과 상해항 간에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또 인천국제공항도 단순히 승객과 화물을 실어나르는 역할에서 벗어나 주변에 국제복합물류단지를 조성, 동북아 허브(Hub)공항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요. 기업들도 중국 제품과의 차별화를 통해 수출을 늘리는 동시에 현재 대(對)중국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원자재 부품 자본재 분야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가야 합니다. △ 배광선 원장 =중국이 WTO에 가입하게 되면 우리나라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미리 대응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한국은 유통 및 애프터서비스망을 구축, 현지시장을 파고드는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현지 투자를 강화하고 거래처 및 유통업체와 제휴를 확대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봅니다. 아울러 국내 산업도 이에 대비한 구조개편을 실행해야 할 것이고요. △ 천진환 전 사장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현지화 작업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말초적인 판촉전략 수준으로는 중국에 뿌리내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결과이지요. 실제로 삼성그룹은 '중국사업은 중국에서 모두 해결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고 LG그룹은 현지 진출 계열기업들을 현지 증권시장에 상장시켜 토착화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을 외국으로 봐선 절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아예 중국화하는 것이 성공의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어요. 향후에도 이런 전략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정리=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