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국가기술자격시험을 주관하는 기관이 수험생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행정편의적으로만 시험을 시행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시험 일자를 응시자가 지정하기 힘들 뿐 아니라 한번 접수하면 연기가 불가능해 응시료를 포기해야 한다. 게다가 시험관리가 소홀한 경우도 종종 있어 이들 기관이 독과점적 지위를 남용하는게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유명무실한 상설검정제도=국가기술자격시험은 종목별로 1년에 2∼3회 시행된다. 이같은 시험횟수로는 응시생들의 수요를 맞추기 힘들어 워드프로세서와 정보기기운용·한식조리 시험 등에 대해서는 주중 상설검정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수험생이 원하는 날짜에 시험을 보려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해야 한다. 응시자가 1백% 다 찬뒤 다음 시험 접수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일에 시험을 보려면 앞서 치르는 시험들의 마감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를 수시로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 대학생 김모(22)씨는 오는 25일 상의가 주관하는 워드자격증 3급 실기시험에 응시하려고 최근 검정사업단에 문의를 했다. 그러나 김씨는 "지금 접수하면 21일이나 22일에 시험을 볼 수 있으니 꼭 그날 시험을 치르려면 계속 전화해 보라"는 직원의 답변에 황당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시험연기·응시료 환불 안돼=지난 4월29일 정보처리기능사자격 필기시험에 원서를 접수시킨 회사원 강모(26)씨는 갑자기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응시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공단측에 몇차례 시험 연기 요청을 했지만 '연기는 불가능하며 환불도 안된다'는 대답만 들었다. 강씨는 "토익의 경우 응시료의 절반 가량은 손해를 보지만 한차례 연기할 수 있다"며 "이들 기관이 너무 융통성없이 국가자격시험을 운영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허술한 시험진행·관리=회사원 강모(22)씨는 지난 17일 상의 주관으로 지방 모 도시에서 워드2급 실기시험을 봤다. 하지만 주최측의 준비소홀로 시험은 30분 가량 늦게 시작됐고 시험시간에도 감독관들은 잡담을 하는 등 분위기가 엉망인 것에 실망했다. 그는 "국가공인 자격시험이 이렇게 체계없이 치러질 수 있느냐"며 "시험 감독기관에 대한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당당한 기관들=이에 대해 상의와 공단은 시험을 치르는 사람이 많은 만큼 지적 사항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공단측 관계자는 시험연기가 불가능한데 대해 "애초에 날짜를 잘 정하면 문제될 게 없는 것 아니냐"며 "앞으로도 시험 연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상설검정의 경우 당초 제도 도입의 목적에 맞게 응시생이 원하는 날짜에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응시료도 철도나 항공요금처럼 단계로 나눠 환불해 주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국가자격시험의 공정성 제고를 위해 감독관에게 시험관리 요령을 철저히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