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D램시장 '그로기' 상태] 반도체 惡夢 ..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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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은 세계 D램 업계에 악몽의 하루였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대형 적자 데이터퀘스트의 시장전망 하향조정 반도체 제조장비시장 위축 등 3대 빨간불이 한꺼번에 켜졌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실낱같은 D램 경기의 "올 하반기 회복" 기대는 날아가 버렸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 그로기 상태에 몰린 업체들 =이날 실적악화를 발표한 기업은 마이크론뿐이 아니었다.
세계 4위 D램 업체인 인피니온도 기업설명회를 열고 "2.4분기 세전 적자가 5억1천6백만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1.4분기까지만 해도 1천9백80만달러의 순익을 올렸던 인피니온이다.
이 회사는 또 이 기간동안 매출도 14억달러로 전분기보다 30% 급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트북컴퓨터의 절전 반도체를 만드는 미국의 트랜스메타는 이날 하루만에 주가가 57% 폭락하는 '참변'을 당했다.
매출이 전분기 대비 40∼45% 감소할 것이란 발표가 화근이었다.
시장 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의 앤드루 노우드 분석가는 "D램 산업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날 유일한 길은 삼성전자 마이크론테크놀러지 인피니온 등 주요 업체들의 감산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난 98년 모토로라처럼 D램의 직접생산을 중단하고 합작벤처를 통한 간접생산으로 전환하거나 99년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처럼 D램 사업을 아예 매각해버리는 업체들도 등장할 것"으로 점쳤다.
◇ PC시장 위축이 주범 =월가에서는 마이크론의 회계연도 3.4분기 적자가 주당 15센트 정도에 달할 것으로 점쳤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3배 가까이 많은 주당 50센트였다.
이같은 손실중 상당부분(2억6천만달러)은 재고상각에 따른 것이었다.
D램의 최대수요처인 PC시장이 급격히 둔화되면서 공급과잉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노우드 분석가는 "이번 D램 경기급랭은 PC시장 위축과 재고누적에 따른 가격폭락이 최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마이크론 제품의 가격은 이 기간동안 35% 폭락했다.
인피니온도 PC시장 위축에 따른 가격폭락을 올 2.4분기 매출급락 및 적자의 최대 원인으로 꼽았다.
◇ 올해는 사상 최악의 해 =데이터퀘스트가 이날 예측한 'D램시장 55.5% 축소'가 현실화된다면 올해는 D램 업계 사상 최악의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올 세계시장 규모 전망치 '1백40억달러'는 D램 경기가 절정에 달했던 95년(4백억달러)의 35%에 불과한 것이다.
지금까지 최악의 해는 지난 85년이었다.
당시 가정용 컴퓨터붐 시대 폐막과 동시에 D램시장은 55.1% 줄어들었다.
그동안 '하반기 회복'이란 낙관론을 되풀이하던 업계 관계자들도 어느 정도 포기한 표정이다.
마이크론의 마이크 새들러 부사장은 이날 "당장 수요가 회복되리란 신호는 찾아볼 수 없다"고 시인했다.
◇ 2003년에는 화려한 컴백 =데이터퀘스트는 내년부터 D램시장이 점차 회복되기 시작할 것으로 점쳤다.
그러나 본격적인 회복이라기보다 '과도기'적 양상에 그칠 전망이다.
그러나 오는 2003년에 들어서면 1990년대초 이래 최대의 성장세를 보이는 '화려한 컴백'을 연출할 것으로 데이터퀘스트는 예상하고 있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