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에 담은 가시고기의 '父性愛' .. 'KBS 자연다큐-가시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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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인씨의 베스트셀러 소설로 유명해진 '가시고기'의 생태가 다큐멘터리로 소개된다.
KBS 1TV는 오는 27일 오후 10시 'KBS 자연다큐멘터리-가시고기'를 방송한다.
가시고기 수컷은 암컷이 산란한 알들을 부화시킨 뒤 자신의 몸을 새끼들 먹이로 내어주는 것으로 삶을 마감하기 때문에 '부성애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제작진은 이같은 가시고기의 일생을 영상에 담기 위해 수중 촬영이 가능한 맑은 하천을 찾아 전국 30여 곳을 돌아다닌 끝에 지난 3월10일 경북 경주시 대종천에서 가시고기 한 떼를 만날 수 있었다.
가시고기는 바다에서 살다가 해마다 이른 봄이 되면 산란을 위해 하천으로 올라온다.
암수 무리지어 올라온 뒤 1주일간의 민물 적응기간이 지나면 본격적인 산란 준비에 들어간다.
가시고기는 어류 가운데 유일하게 둥지를 튼다.
둥지 트는 일은 수컷의 몫이다.
수컷은 하천의 깊은 곳에 수초와 배밑 산란공에서 분비되는 점액질을 이용해 둥지를 만든다.
이 둥지가 완성되면 암컷을 맞아들인다.
암컷은 3∼4초간의 짧은 산란을 마친 후 곧장 둥지를 떠나버린다.
그후 알이 부화돼 새끼들이 둥지를 떠날 때까지 모든 일은 수컷의 몫이다.
수컷은 약 보름간 단 한순간도 둥지 곁을 벗어나지 않으며 이 일들을 해낸다.
우선 수컷은 쉴새없이 앞지느러미를 이용해 부채질을 하면서 둥지 안에 신선한 물을 넣어준다.
산소를 충분히 공급해야 알이 제대로 부화하기 때문이다.
이것도 모자라 수컷은 1천개 가량의 알을 둥지에서 차례로 꺼냈다가 다시 넣는다.
수컷의 부성애는 둥지 근처를 배회하는 침입자들이 있을 때 더욱 빛난다.
7㎝밖에 안되는 가시고기 수컷은 등 위에 있는 작은 가시 6∼10개 정도를 곧추 세우고 붕어나 거북에 맞서 싸운다.
이런 노력 때문에 가시고기의 부화율은 99%에 이른다.
알이 부화된 뒤에도 수컷은 둥지 밖으로 나오려는 새끼들을 입으로 막으면서 주변경계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새끼들이 세상에 나온지 5일이 지나면 수컷은 임무를 다했다는 듯 화려했던 몸의 빛깔을 잃어가며 죽음을 맞는다.
새끼들은 죽은 수컷의 살을 파먹고 자란다.
이 작품을 연출한 안희구 PD는 "자식을 위해 온몸을 바치는 가시고기의 모습이 거룩하게 느껴질 정도였다"며 "수컷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길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