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가 미국의 수출기업 세제 지원이 국제 무역규정에 위배된다고 판정,앞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간 무역 갈등이 한층 더 고조될 전망이다. 2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WTO 분쟁조정기구는 40억달러(약 5조2천억원) 규모에 달하는 미국의 해외판매법인(FSC) 감세 혜택이 WTO 규정에 어긋난다는 판정을 담은 예비 보고서를 완성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WTO측은 이미 이같은 내용을 22일 미국과 EU에 각각 비공개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FSC제도는 해외조세 피난처에 지사나 계열사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상품을 수출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감면해 주는 제도다. 지난해 EU는 이 제도가 WTO 규정상 금지된 수출보조금 지급에 해당된다고 제소,미국으로 하여금 같은해 11월 이에 관련된 법안을 개정하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EU는 새로운 법이 이전 법과 별 차이가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고 결국 WTO가 이번에 EU의 손을 다시 들어준 것이다. 현재 미국은 상소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으며 양측은 오는 7월 마지막 판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예비 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또 최종 판정 내용은 오는 8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만약 미국이 최종 판정에도 불복할 경우엔 EU는 보복조치로 40억달러 규모의 제재안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미국-EU간 무역 갈등은 WTO 분쟁 사상 최대 규모의 마찰로 번지게 된다. 사실 이번 수출보조금 분쟁은 시기상으로도 양측이 모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때에 불거져 나왔다. 우선 현재 철강수출 규제건,에어버스 슈퍼점보기 보조금 등 여러 이슈를 둘러싼 양측의 무역 분쟁이 진행중이다. 그 뿐인가. 규모가 무려 4백50억달러(약 58조5천억원)나 되는 미국 기업 GE의 하니웰 인수건은 미 당국의 승인을 받았지만 EU의 반대로 제동이 걸려 오는 7월12일 최종 결정을 앞둔 상태다. 이번 수출보조금 분쟁의 최종 판정 시기와 그리 동떨어지지 않은 날짜다. 그렇지 않아도 EU에 대한 심기가 언짢은 미 행정부가 FSC 관련 법안의 수정을 요구받게 될 경우 무역 전쟁을 불사하고 거세게 대응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