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회복 물건너 갔나 .. '세계경제 침체'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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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하반기 회복' 시나리오가 사실상 물건너 갔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에 '침체 경보등'이 켜지면서 올해 유일한 버팀목이 돼 줄 것으로 기대됐던 유럽에도 마이너스 성장의 망령이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회복은 커녕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3대 경제가 '동시 침체'로 치닫는 양상이다.
◇ 마이너스 성장의 망령에 시달리는 독일 =지난해 5월 102를 정점으로 급락하던 이포지수가 드디어 90대로까지 떨어졌다.
이포는 독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경제연구소.
이렇게 되자 "2.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감소로 돌아서면서 침체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독일의 간판 기업인 바스프(BASF) 등이 잇달아 실적 악화를 경고, 잿빛 경기전망을 더욱 어둡게 채색했다.
이에 따라 독일 대기업들의 비용 절감을 위한 감원 행진이 촉발되고 돈벌이의 길이 막힌 대량 실직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소비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이 시작될 것으로 우려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 부양을 위해 다음달 금리인하에 나설 것"(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분석가 제레미 허킨스)이란 관측도 확산되고 있지만 약발이 먹힐지는 회의적이다.
도이체방크의 스테판 빌마이어는 "여러 면에서 볼 때 앞으로 몇달안에 사정이 호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 침체기미 짙어가는 미.일 경제 =미국 국립경제연구소(NBER)는 23일(현지시간) "미 경제가 침체에 돌입한 것 같다"고 판정했다.
NBER는 실업률 등 일부 지표에서 '증거가 미비'하다며 아직 공식 판정을 내리기는 이르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각종 경기지표는 미국 경제가 최근 침체에 돌입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명시했다.
NBER는 산업 생산, 무역 급감과 실업률 급등이 몇달간 지속되는 상황을 침체로 정의하고 있다.
NBER는 지난 1854년 이후 침체기가 언제 시작됐고 언제 끝났는지를 발표하는 '공식 경기판정 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일본은 침체가 거의 확실시된다.
고이즈미의 개혁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경제 상황이 호전될 기미는 없다.
지난 1.4분기 마이너스 0.2%에 이어 2.4분기에도 GDP가 하락하면서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돌입할게 확실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침체 부채질하는 교역 급랭 =모건스탠리는 지난 22일 '글로벌 교역침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교역량이 4.3% 증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12.8% 증가)보다 무려 8.5%포인트나 낮은 증가율이다.
이같은 낙폭이 현실화된다면 사상 최대로 기록된다.
이 보고서는 한술 더 떠 "이같은 증가율 전망도 2%로 하향 수정될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교역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달한다.
1990년대보다 2배나 높아진 수치다.
그만큼 교역의 역할이 막중해졌다는 얘기다.
지난 30여년간 세계 교역은 연평균 6%대의 증가율을 유지해 왔는데도 세계 경제는 평균 3.7% 성장했다.
따라서 올해 교역량이 2∼4%대의 성장에 멈춘다면 세계 경제는 급랭할게 뻔하다는 얘기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세계 GDP 성장률이 2.5%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를 공식적인 세계경제 침체로 정의하고 있으며 이 관점에서 볼 때 올해 세계경제 침체의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모건스탠리는 지적했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