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수가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주 이래 지속된 외국인 매도가 금요일을 고비로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재료부재 수급장세에 그나마 위안거리가 되고 있다. 미국의 경기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금리인하를 둘러싸고 야누스적인 모습이 이어지면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줄어 횡보형 수급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오는 26∼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올들어 여섯 번째 금리인하를 결정하리라는 예상이 높지만 이를 상승모멘텀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은 퇴조한 지 오래다. 금리인하로 하반기 경기회복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자꾸 하반기 후반으로 멀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업실적 악화 예고 시나리오를 뒤집어 놓을 만한 재료도 찾기 힘들다.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 중에서 그나마 경기선행지수만 두달째 개선됐을 뿐 여타 경제지표들은 신통치 않았다. 국내 지표들은 다소 나은 모습이나 수출경기를 포괄한 실물지표의 개선도는 아직 확연하지 못한 상황이다. 구조조정 현안 타결로 매수세를 불러들였던 하이닉스 반도체의 외자유치가 일단락되면서 대우차 매각이나 현대투신 매각건도 일부 재료 반영 이후 협상과정에 따라 기다림을 요구받는 시점이다. 특히 국내 주가지수를 선도하는 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통신, 한국전력, 포항제철 등이 경기와 재료 빈곤에 처하면서 박스권 등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여름장이 횡보할 것이라는 전망을 높여주고 있다. 반도체는 가격하락 등 경기 둔화로 감산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고, SK텔레콤과 한국통신은 세계적인 통신주 약세 속에서 자사주 매입 완료 시한 임박, 해외DR발행 등으로 재료 없는 수급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산업은행의 지급보증이 예정된 한국전력은 그저 그런 상태고 포항제철은 철강경기회복이 가시화되지 않고 국제 통상마찰이 겹쳐 10만원대 숨바꼭질이 지속되고 있다. 시장관계자들은 미국이나 국내 시장이나 특별한 재료가 없는 상황에서 '좋아질 것도 없고 밀릴 만한 것도 많지 않은'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4∼5월월 순환상승을 이끌었던 외국인 매수세가 6월 선물옵션 만기일을 거쳐 순매도 전환한 뒤 수급보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횡보 전망을 키우고 있다. 그렇지만 현대그룹이라는 이름으로 리스크가 컸던 현대차나 현대중공업 등이 현대와 계열분리를 이루고 기업자체의 실적이 호전되면서 가격복원이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보험이나 건설주 등도 '이제 망하지 않는다'는 위험축소에다 저가메리트 등으로 매수관점이 유지되는 측면이 있어 저가주의 시세형성에 불씨는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신경제연구소의 봉원길 선임연구원은 "외국인 매도압력이 다소 줄고 있으나 매수세는 저가메리트에 기대하는 수준"이라며 "대형주에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고 개별종목들도 지수의 하방경직성이 확보되야 시세를 낼 수 있어 중장기 더딘 걸음이 예견된다"고 말했다. 투신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경기회복이 안되고 실적 향상으로 연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인하를 25bp하든 50bp하든 회복기대감을 주기 힘든 상황"이라며 "미국시장의 등락에 따라 당분간 하락 리스크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한 펀드 매니저는 "반도체는 감산까지 얘기되며 최악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나 통신주 전망은 아직 하락리스크가 있다"며 "현대그룹 관련주의 리스크 감소와 저가주에 대한 관심 정도가 여름 탐색장을 버티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문사의 한 매니저는 "기간조정을 거치면서 추세가 없이 등락하고 있어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는 인내심이 필요하다"면서 "2/4분기 실적이 나오면서 주가재편 과정을 거친 뒤 향후 상승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