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세대 동안 경제학자들은 경제활동에 있어서 규범과 규칙의 중요성에 점점 더 주목해왔다. 경제학자들이 게임이론을 통해 사회규범의 기원을 찾아가는 과정은 홉스,로크,루소와 같은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이 사회기원을 설명했던 것과 같은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들 사상가는 자연이 고립되고 이기적인 개인들로 채워진 곳이라고 규정했다. 인간은 협력하면서 사회적 자본을 만들어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개인적 이해를 지키는 방식으로 이 능력을 행사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인간은 잠재적인 신이 아니다. 공동체를 유지시킬 좀더 높은 수준의 인간행동은 처음엔 혈족에서 시작되지만 점차 상호 이타적이고 협력적인 의존이 일어나기도 한다. 궁극적으로 가장 정제된 게임이론일지라도 인간의 도덕적 행위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는 못한다. 대부분 계산에 의해 선과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확실하다. 경영대 교수들이나 경영컨설턴트와 같은 전문가들은 21세기에는 위계질서형 대기업이 완전히 사라지고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이 그 공백을 채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왜 미래의 인간조직이 공식적인 계층조직보다 비공식 네트워크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될까. 그것은 경제구조가 복잡해지는 상황에서는 위계질서를 통한 조정에 많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비공식적 규범을 바탕으로 하는 거래는 상품과 서비스가 보다 복잡화되고 차별화되면서 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제조업의 예를 들면 저신뢰에서 고신뢰 영역으로 바뀌면서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비공식적 네트워크는 기술발전에 중요하며 특히 정보기술(IT)산업에서 더 중요하다. 복잡하고 고도로 발달된 상품과 이를 처리하는 수많은 공정의 통합을 거치는 IT산업은 경쟁자와 약간의 정보를 나눠 가진다고 해도 직접적인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비교적 적은 것이다. 인터넷 시대에 광대역이나 고속 접속보다 더 중요한 사회적 관계가 없다면 아이디어를 부의 형태로 전환하기 어렵다. '약한 연대(weak ties)'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네트워크는 사회적 자본의 한 형태로서 미래 기술세계에서 보다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네트워크 내에서 개인들은 경제적 이해관계 뿐만 아니라 공통된 규범과 가치를 바탕으로 상호관계를 형성한다. 급속히 변화하는 격동의 현대사회에서 잃어버린 도덕성 문제를 단순히 위계질서를 세우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급변하는 기술환경에 맞는 정직성,상호성,그리고 개념의 폭이 더 넓어진 신뢰로 재무장하는 것만이 그 해결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