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룡씨 장편 '사랑, 그네를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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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핑(부부교환)은 인류의 가장 퇴행적인 성풍속이면서 '가장 진화한 혼제'이기도 하다.
죽음보다 무서운 외로움을 벗어나려는,혹은 아내에게서 꺼진 성욕의 불씨를 타인에게서 지펴보고픈 최후의 갈망이다.
여기서 부부는 인연의 결합체가 아니라 그저 물물교환의 대상일 뿐이다.
작가 유정룡(43)씨의 2권짜리 신작 장편소설 '사랑,그네를 타다'(이룸)는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는 스와핑의 실체를 진단한다.
교환혼은 결혼제도에 대한 단순한 반발 수준을 넘어 성 정체성의 혼란,나아가 인간성 상실의 문제임을 갈파한다.
소설 제목은 스와핑의 또 다른 이름인 '스윙잉'(그네를 타고 이쪽 침대에서 저쪽 침대로 옮겨간다는 뜻으로 현대인의 퇴폐적 성풍속을 풍자한 말)에서 따왔다.
작가는 '스윙잉은 일정한 모양새를 갖는 고형(固形)의 사랑에 억압당하기 싫은 현대인들이 폭발적으로 끓어 오르는 비등(沸騰)의 사랑으로 이입하기 위한 타임머신'이라고 작중인물의 입을 빌려 말한다.
금융업체에 다니다 해직당한 한석우는 아내로부터도 남편자리에서 퇴출당했다는 통고를 받는다.
종적을 감춘 아내를 찾아 나선 그는 의처와 의부증,님포마니아(색정광),조우필리아(동물성애자),근친애,새도마조히즘 등 갖가지 패륜들을 접한다.
아내는 이미 스와핑의 포로가 됐고 그 역시 유혹된다.
그는 진정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여인을 찾지만 그 순정은 곧 욕망에 더렵혀지고 만다.
소설은 타락의 온갖 양상들을 통해 역설적으로 무수한 난관을 인내로 지켜내는 일부일처제의 소중함을 상기시킨다.
작가 유씨는 "된장맛처럼 오래된 사랑은 지금 사면초가에 갇혔다"며"이 소설은 그 비관의 끝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