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야당은 반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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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신임 총무로 선출된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은 "앞으로 비굴한 협상은 하지 않겠다"고 호언했다.
이후 한나라당은 약속대로 정부 여당이 내놓은 각종 법안과 정책에 대해 '노(No)'라고 자신있게 말해왔다.
외형상으로는 분명 소신 있게 행동해온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한나라당이 여권의 모든 제안에 '노'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신 있는 협상'이란 명제에 지나치게 집착,'당론=반대'란 인상을 지울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최근 들어 민주당이 제안한 5·18 민주화유공자법을 비롯 추가경정예산안,사립학교법 개정안,자금세탁방지법,국가보안법 등 굵직굵직한 사안마다 여권과 대립해 왔다.
한나라당은 이 과정에서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를 제시하고 있으나,일부 법안의 경우 당론조차 불투명한게 현실이다.
이는 추경편성 여부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변화를 보면 잘 알수있다.
당초 한나라당은 '선심성'이란 이유를 내세워 추경편성에 반대해 왔으나,지난 25일 오전 "민생현안 해결에 당이 반대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당내 지적을 수용해 찬성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오후 열린 총무회담에서 한나라당은 또 다시 반대입장을 되풀이해 취재진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오전 찬성,오후 반대'가 당론인 셈이었다.
자금세탁방지법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다.
정치자금을 세탁방지 대상에서 제외키로 합의한 여야 총무단의 결정을 한나라당이 하루만에 뒤집은 후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계좌추적권을 문제 삼아 법안 처리를 계속 지연시키고 있다.
얼마전 '사립학교법 개정안'과 관련,소신 발언으로 동료의원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조정무 의원은 "한나라당에 당론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히틀러가 지옥을 침공하면 나는 악마와도 손잡을 수 있다"는 처칠의 말처럼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적'에 대한 반대는 나름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보다는 '대안 제시'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진정한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길 희망한다면 '반대당'이란 이미지에서 시급히 벗어나야 할 것이다.
김동욱 정치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