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유상부 포철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PI(Process Innovation.업무혁신) 프로그램'의 구축을 지시했다. 비용 절감은 물론 생산성 향상, 자원의 효율적 배분, 고객관리 등 기업의 관리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한 선언이었다. 구체적으론 철강재 판매전략에서부터 예산운영 재고관리 설비관리 인력운영 투자계획 원가정보통합 정보시스템 투자 및 관리프로세서 혁신까지 무려 36개 과제를 제시했다. 유 회장은 경제의 글로벌화로 기업 외부 환경이 바뀐데다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기업 내부환경 또한 크게 달라져 효율적 관리를 위해선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포철은 이후 PI팀을 신설하는 등 PI 프로그램에 2천억원을 쏟아부었다. 7월1일부터 가동에 들어갈 PI 프로그램은 한단계 더 진전된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이다. ERP시스템은 PI 프로그램을 본격화하는 엔진 역할을 하게 된다. 생산 판매 구매 재고관리 인사 재무 등 모든 부문에 적용돼 하나로 아우르는 통합정보시스템이다. 포철이 광범위한 ERP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PI 프로그램 가동을 제조업의 '빅뱅'이라고까지 자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포철은 그만큼 빅뱅이 가져다 줄 효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주문한 물량에 대한 납기가 기존의 30일에서 14일로 대폭 줄어드는 것을 비롯해 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 업무효율화 등 금액으로 따지자면 향후 수조원대의 효과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철 관계자는 "전 부문의 ERP 구축을 통한 이같은 대대적인 업무혁신은 세계 제조업체 사상 유례 없을 것"이라며 "일본 최대 철강업체인 신일철이 영향을 받아 최근 포철의 PI팀과 유사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LG화학은 6백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말부터 ERP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 현재 30% 정도 진행했으며 내년 6월께 완료할 예정이다. 지난해 이미 ERP를 구축한 LG전자는 구매 및 조달과정의 인터넷 e비즈니스와 연계해 4백2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올해 비용절감 예상규모는 1천5백억원이다. 한화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1백20억원을 투자해 7월에 1단계, 내년 1월까지 2단계로 나눠 ERP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전산 및 컨설팅부문 등의 1백40명이 매달려 크게 화학 금융 유통 등 5개 소그룹별로 통합 구축작업을 벌이고 있다. 코오롱상사는 오는 2002년 4월 가동을 목표로 50억원 정도를 투자해 ERP를 구축키로 했다. 이를 위해 12명의 전담 조직을 설치했다. 두산은 약 1백억원의 자금을 들여 지난해 7월 구축, 안정화 작업을 거치고 있다. SK텔레콤 SK텔레텍 SK엔론 SK(주) SKC SK ES 등 SK그룹 계열사도 ERP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SK텔레콤은 컨설팅 업체인 딜로이트 컨설팅과 솔루션 업체인 SAP를 파트너로 삼아 ERP 3단계 구축과정 중 2단계 마무리 작업중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