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거래자들은 관망세가 짙은 하루였다. 단기적으로 엔화 움직임을 좌우할 수 있는 미국의 금리인하 등을 앞두고 전형적인 소강장세를 연출했다. 환율을 움직일 수 있는 요인은 요지부동인 채 하락요인이 좀 더 부각되며 나흘만에 1,200원대로 복귀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개장가와 같이 전날보다 4원 내린 1,299원에 마감했다. 이틀 내리 내렸지만 전날과 같이 환율 이동거리는 극히 짧았다. 개장 전반에 기록한 고점(1,299.80원)과 저점(1,297.80)의 범위내에서만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반기말 결산을 앞둔 결제수요와 월말을 맞은 네고물량은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으며 외국인 직접투자(FDI)자금의 실질적인 유입이전까지는 이같은 양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오는 27일 한국통신의 DR발행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미 공개시장위원회(FDMC)의 금리인하 결정을 앞두고 원화나 엔화 두 통화 모두 변동폭이 축소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월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자(롱)플레이가 힘을 잃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마인드는 아래쪽으로 향해 있고 달러/엔이 위로 튀지 않는 이상에는 당분간 상승할 수 있는 여력이 크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밤새 달러/엔의 추가 조정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여 내일 환율은 1,295∼1,303원 범위를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내일도 엔에 의해 개장초 레벨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엔이 하향 조정을 지속해 123.35엔 밑으로 뚫으면 122.80엔까지 내려갈 여력이 있으나 미국의 금리인하 전까지는 어렵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 요지부동 시장 여건 = 환율 상승의 기폭제인 엔화 약세의 진전은 없었고 환율 하락의 계기인 FDI자금이나 월말 네고물량은 쉽사리 출회되지 않았다. 달러/엔 환율은 하락세 전환의 방향성은 주어지지 않은 채 123.40∼123.90엔의 범위에서 움직였다. 미국의 금리인하와 일본은행(BOJ)의 추가적인 금융완화 조치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장 후반으로 갈수록 엔화가 강세를 나타냈다. 달러/엔은 25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 결정을 앞두고 적극적인 매매가 자제된 가운데 자민당이 도쿄의회 선거에서 예상외의 압승 소식에 장중 4일중 최저치인 123.70엔까지 밀린 끝에 123.75엔에 마감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오는 28일로 예정된 BOJ의 정책결정이사회가 미국의 금리인하에 맞춰 금융완화 정책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엔화를 약세로 몰아 123.90엔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하폭이 결정나기 전까지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하에 적극적인 거래는 자제됐으며 차익매물이 출현되면서 엔화는 강세로 돌아섰다. 시장거래자들은 달러/엔을 최근 단기적인 급등에 따른 기술적인 하락으로 간주하고 향후 상승세는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미국의 금리인하 결과가 나오고 나서도 방향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미국경제의 침체상황이 의외로 심각하다고 인식되면 50bp로 결정나도 증시가 별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어디로 튈 지 종잡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내 업체들도 거래에 소극적으로 나서 1,298.50원 아래서는 결제수요를, 1,299원 위에서는 네고물량을 대기시켜 놓고 위아래 움직임을 제한했다. 수급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다. 달러/엔이 밀리는데도 달러/원의 추가하락은 저지돼 시장 포지션이 조금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100엔 환율은 이날도 1,050원을 회복하지 못한 채 1,047∼1,048원 수준을 보였다. 역외세력은 골드만 삭스 등이 개장초 반짝 매수에 나서기도 했으나 이후에도 매도에도 나서는 등 혼조세를 연출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환율은 전날보다 4원 낮은 1,299원에 출발했다. 달러/엔이 뉴욕장에서 123엔대로 내려 역외선물환(NDF)시장 환율이 1,302/1,303원으로 마감한 것을 반영한 것. 개장 직후 환율은 이날 저점인 1,297.80원까지 내림세를 이은 뒤 역외매수와 저가 결제수요를 바탕으로 고점인 1,299.90원까지 도달했다. 하루 변동폭이 불과 40여분만에 결정된 셈. 이후 환율은 달러/엔이 123.60엔대로 밀리자 은행권이 보유 물량을 털고 대기매물이 출회되면서 1,298∼1,299원에서 주로 움직인 끝에 1,298.7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오전 마감가보다 0.20원 내린 1,298.50원에 거래를 재개했다. 개장 직후 한동안 1,298원선에서 쳇바퀴를 굴리던 환율은 달러/엔이 소폭 상승하자 1,299.4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후 환율은 1,298원선 후반과 1,299원선 초반을 오가는 지루한 횡보세를 거듭했다. 사흘만에 주식 순매도로 돌아선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78억원의 매도우위를, 코스닥시장에?29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환율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장중 고점은 1,299.90원, 저점은 1,297.80원으로 하루 등락폭은 불과 2.10원에 그쳤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3억4,12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9억6,31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6억5,200만달러, 5억1,820만달러가 거래됐다. 27일 기준환율은 1,298.90원으로 고시된다. 한편 이달 들어 25일까지 통관기준 무역수지가 6억1,900만달러 적자를 기록, 올 들어 같은 기간중 적자폭이 가장 컸다. 이 기간동안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2% 감소한 90억4,100만달러, 수입은 10.3% 준 96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