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싱가포르에서 정보통신 및 방송기술 전시회인 'Communic Asia2001과 Broadcast Asia2001'이 열렸다. 주최는 우리나라의 코엑스에 해당하는 SES(Singapore Exhibition Service). SES의 스테판 탠 사장은 이번 행사와 관련해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매년 전시회가 끝나면 그때마다 권위있는 기관으로부터 감사를 받는다"고 밝혔다. 전시회의 예산과 집행 내역은 물론 방문객 숫자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까발려진다'고 한다. 이번의 경우 감사 기관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였다. 이렇게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설명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서 많은 기업들과 방문객들이 돈을 내고 전시회에 참가하는데 얼마만큼의 성적을 냈는지 제3자가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설명 뒤에는 전시회의 '투명함'과 성과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전시회의 총책임자인 캘빈 푸씨. 그는 전시회 개막전인 17일 "이번 행사를 마치고 SES를 떠난다"고 말해 듣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했다. 한국적 사고방식으로는 큰 행사를 앞두고 책임자가 그만둔다고 밝히는 것은 얼핏 이해가 안 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시회 내내 SES와 계약을 맺고 있는 각국 에이전트들에게 자신의 행로를 밝히는 것을 보고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는 수년동안 자신과 친분을 맺어온 에이전트들이 자신의 공백으로 인해 일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안내'를 한 것이었다. 세계적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사의 마이클 페티 아시아지역 상무는 지난 19일 서울에서 열린 국제금융포럼에서 "아시아 12개국중 국가 경영투명성 1위는 싱가포르"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또 지난 20일 미국 미시간주립대가 내놓은 '신흥국가의 투자 잠재력 평가'에서도 싱가포르는 평가대상 23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싱가포르는 '명예가 헛되이 전해지지 않음(名不虛傳)'일 수는 있어도 '허장성세(虛張聲勢)'나 '유명무실(有名無實)'은 적당하지 않다는 것을 이번 몇가지 사례에서 느낄 수 있었다. 싱가포르=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