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이후 계속된 경기침체와 맞물려 하강기류에 휩싸였던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올 상반기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은 경기 회복이 아니라 아이러니컬하게도 증시 침체와 은행의 저금리 기조였다. 돈 굴릴 곳을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금융권을 벗어나 부동산 시장으로 대거 몰리면서 나타난 대표적인 현상이 전세의 월세전환과 수익형 부동산으로의 관심집중이라 하겠다. 올 상반기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난 주요 이슈를 점검해 본다. ◆전세의 월세전환 =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6%대로 떨어지면서 예금에 대한 매력이 크게 저하, 집주인들은 전세를 대거 월세로 전환했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전세 갱신에 따른 이사수요가 많았던 2월부터 집중적으로 나타나기 시작, 월세 이자율이 최고 18%까지 치솟는가 하면 물량 면에서도 중소형평형이 많은 노원구나 도봉구 일부지역의 경우 월세 매물이 90%를 차지하기도 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전세와 월세의 비중이 8대 2 정도로 전세가 월등히 많았던 것과 비교해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으로 다급해진 정부는 월세 이자율 상한선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경우 월세 비중은 더욱높아질 전망"이라며 "올 9월 이사철이 도래하면서 또한번 전월세 파동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수익형 부동산에 자금 몰려 = 저금리가 낳은 또 하나의 현상은 오피스텔,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의 관심 집중이다. 특히 정부가 임대사업자들을 겨냥,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유인책을 쏟아내면서 매월 500여명의 사업자들이 증가하는 등 임대업을 겨냥한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이 쏟아졌으며 건설업체들도 앞다퉈 물량공급에 나섰다. 이에따라 일부 오피스텔이나 소형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가 하면 며칠 사이에 수십만명이 모델하우스를 다녀가는 진풍경을 오랫만에 연출하기도 했다. 이와함께 부동산 금융상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져 지난해 7월 처음 발매된 국민은행의 '빅맨부동산신탁'이 단 몇 분만에 매진되는 등 이후 나온 수십종의부동산신탁 상품이 모두 성황리에 발매되고 있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 급등 = 부동산114(www.r114.co.kr)에 따르면 6월말현재 서울지역 재건축대상 아파트들의 평당 매매가는 1천143만원으로 지난해 12월말985만원과 비교해 평균 16.1%나 올랐다. 이는 서울 지역 전체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말 632만원에서 6개월 사이에 655만원으로 3.6% 상승한 것과 비교해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의 가격 상승폭이 두드러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5층 이하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연말 1천127만원에서 6월말 1천347만원으로 무려 19.5%나 상승, 서울시 5대 저밀도 지구의 재건축 사업승인이 임박했다는 심리까지 작용하면서 오름세를 주도했다. ◆소형아파트도 오름세 견인에 가세 = 지난해 하반기 이후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새로운 화두의 하나로 등장한 것이 소형아파트 공급 부족이었다. 지난 98년 정부가 분양가 자율화와 함께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폐지한 여파가 2년 이상 지난 지금에서야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건설업체들이 분양가를 높여받을 수 있는 대형평형 공급에 주력했던 터라 분양시장에서 중소형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이 수십대의 1을 넘어서는가 하면 프리미엄에서도 대형보다는 중소형이 오히려 높은 역전현상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를 반영하듯 6월말 현재 서울시내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연말보다 20평형 이하가 6.4%, 21-30평형이 5.5%, 31-40평형이 3.6% 상승한 데 비해 40평형대 이상 대형아파트는 0.8%라는 극히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판교개발 등 부동산 대책 쏟아져 = 올들어서도 정부의 부동산경기 활성화 대책이 잇따라 쏟아졌다. 지난 1월 건설교통부는 지방 신시가지 조성, 국민임대주택 5만가구 추가건설 등 대책을 내놓은데 이어 지난달에는 신규주택 구입자와 임대사업자를 위한 대대적인 부동산 경기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지난 13일 성남시 기본계획에 따라 지난 98년부터 개발예정용지로 묶여있던 판교 지역을 벤처기업과 단독주택, 아파트가 들어서는 친환경적인 신도시로 조성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발표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상승무드를 한껏 고조시켰다. 그러나 인위적인 정부 정책의 효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정부의 활성화 대책이 기존 아파트보다는 신규분양아파트에 집중된 한계가 있다"며 "특히 판교의 경우 관련 당사자마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당초 의도대로 개발이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외국인 부동산사냥 가속화 = 국내기업들이 유동성 확보나 구조뗍?차원에서 내놓은 빌딩 등 부동산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입작업이 올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 18일 현대산업개발이 미국 론스타에 매각한 역삼동 'I-타워'. 매각금액이 무려 6천632억원으로 단일자산 매각으로는 국내 최고규모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에 매각된 국내 주요 빌딩은 이외에도 파이낸스센터(중구 무교동), 현대중공업 사옥(강남구 역삼동), 유화빌딩(중구 남대문) 등 모두 2조원대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추정이다. 특히 7월 리츠 시행을 앞두고 업계가 빌딩 매입작업에 한층 가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외국계 자본의 빌딩 매집을 둘러싸고 국부유출 논쟁이 일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