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는 물질적으로는 풍요하지만 도덕적으로는 궁핍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일까? 무자비하고 비인간적인 자본주의 시장원리가 우리 사회의 끈끈한 연대를 해치고 황금만능주의로 스스로의 도덕적 기반을 해치면서 결국 자멸하고 말 것인가? 분명한 것은 현대 기술사회가 과거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양의 사회적 자본을 계속 필요로 하고 있으며 실제로 사용하고 있고 또 재충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윤리적 규범을 필요로 한다. 자연적이면서도 자발적인 질서를 통해 인간은 본능적으로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앞으로도 도덕적 법칙을 세워나갈 것이다. 대붕괴의 시기 동안 문화는 개인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가리는 의식적 구조물을 양산해냈다. 대붕괴에 따른 문제는 자생적으로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사회에 적합한 새로운 규범을 세우기 위해 토론과 논쟁,문화적 논의,심지어는 문화전쟁까지도 불사해야 할 것이다. 지난 역사에서도 이러한 노력은 항상 있어왔으며 인류가 도덕적 기강을 바로잡거나 규범을 재정립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등장한 복잡한 행동양식은 자체 통제되고 자체 관리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사회의 문화가 이러한 자체적인 통제능력을 상실하게 된다면 사기업들이 이와 같은 역할을 맡아서 해야 할 것이다. 복잡한 행동양식을 제어할 수 있을 때 기업들은 비로소 생산성을 최대화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년 동안 미국의 수많은 공장과 사무실에는 이렇듯 복잡한 양식을 통제하고자 네트워크라는 개념이 도입됐다. 자본주의 경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사회적 자본을 필요로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사회적 자본은 이에 대한 수요를 만족시켜줄 만큼 충분한 공급이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사람들은 합리적으로 본인들의 실리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당연하게 성실,믿음,상호성과 같은 사회적 자본이 축적될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사회적 자본의 가장 중요한 원천은 교육시스템이다.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회냐 아니냐의 여부는 그 사회의 교육수준 정도에 상당히 영향을 받는다. 사회질서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개인이나 집단간의 분권화된 상호작용뿐 아니라 공공정책도 따라야 한다. 사회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경찰권력과 교육진흥을 통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사회의 재규범화는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 우리는 아마 섹스,생식,가족생활에 관한 규범보다는 범죄와 신뢰의 정도에서 극적인 변화를 보게 될 것이다. 1990년대에 시작된 가치의 재건과 미래에 일어날 사회의 재규범화는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정치적,종교적,자생적,자연적 구분을 뛰어넘어 일어날 것이다. 사회적이고 도덕적인 영역에서 역사는 순환하는 듯이 보이며 사회질서는 몇 세대를 단위로 주기적인 부침을 거듭한다. 이 주기가 뒤집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우리의 유일한 희망은 사회질서를 회복시키는 인간의 타고난 본성이다. 재건의 성공여부는 지금 역사의 주기가 상승세냐 하락세냐에 달려 있다. ............................................................... 이 시리즈는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신작 "대붕괴 신질서"(한국경제신문 국제부 옮김,류화선 감역,1만6천원,한경BP)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