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기업에 의해 한국인 고유의 게놈지도 초안이 처음으로 제시됐다. 아직 완전하다고는 할 수 없고 그래서 이번 작업에 대한 평가도 보는 시각에 따라 엇갈리고 있지만,국내에서 게놈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점은 인정할 만하다. 이번에 초안을 발표한 마크로젠은 한국인 인조 박테리아 염색체(BAC)를 이용,지난 2월 공개된 국제 인간게놈프로젝트(HGP)의 지도에 일일이 대응시키는 작업을 거쳤다. 비록 활용된 방식이 HGP의 그것과 동일하고,또 이들의 연구성과를 최대한 활용하긴 했지만,한국인 게놈지도에 가까이 다가섰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이것이 완성되면 한국인과 서양인의 게놈지도상의 차이가 보다 분명히 드러날 것이라는 점도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아직은 가야할 길이 많은 것 같다. 질병의 발생과 관련된 유전자 규명등 후속적 연구의 토대가 마련되긴 했지만,유전자 정보 그 자체는 특허나 부가가치 창출로 직접 이어지는게 아니다. 지금 선진국이 게놈지도를 기초로 발빠르게 실용화에 나서고 있는 것도 실은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어차피 바이오 전체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게 불가능하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고 보면,실용화에 앞서 나가는 선진국과의 경쟁을 감안해 우리가 특화할 수 있는 분야부터 선점하는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완전한 한국인 게놈지도를 서둘러 완성하고, 한국인 고유의 질병과 연관된 유전자의 기능 규명과 치료제의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는게 현명하다. 필요하다면 일본 중국 몽골등 황인종에 특별한 질병연구를 위한 역내 공동연구 프로그램 추진도 병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번 게놈지도 작성을 계기로 유전자 기능의 규명과 신물질의 탐색에 필수적인 생체정보학이나 관련장비등 연관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분야들은 바이오산업 전반의 핵심기반일 뿐 아니라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유망산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이번 초안 작성과정에서도 그랬지만 유전자 기능의 규명이라든지 실용화등 후속작업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것은 기업 대학 연구소간의 협력이다. 전문가들도 향후 바이오 분야의 경쟁에서 산.학.연 네트워크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정부와 민간의 협력,산.학.연 협력등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