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주가가 종합지수 600선 붕괴 이후 하루만 빼고 닷새 동안 아래만 바라보고 있다. 미국 금리인하와 국내 구조조정이 전고점을 돌파할 순풍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에 제동이 걸리면서 지지선이 흘러내렸다. 정보기술 산업 회복을 가리키는 이렇다할 신호가 잡히지 않은 탓이다. 외국인 물량공세 속에 기관의 연기금 투입이 지연되고 개인은 하이닉스 반도체에 대거 물려 중소형주 매기도 잠잠해졌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 결정보다는 기업실적 향상 등 장기적인 투자 신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뉴욕증시가 예고된 금리인하에는 매도 반응을 나타낸 전례에 비추어 28일 국내증시는 하향압력에 놓일 전망이다. 뉴욕증시의 등락에 따라 580선을 다시 시험받을 수도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미 금리인하 폭 예상치는 0.50%포인트(50bp) 쪽으로 기우는가 싶더니 전날 내구재주문 등 지표 호전에 따라 다시 25bp가 힘을 얻는 상황이다. 25bp에 그칠 경우 뉴욕증시 급락으로, 50bp일 경우에도 주가가 약세 또는 오르더라도 큰 폭의 반등은 힘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황창중 LG증권 투자전략팀장은 "600선 붕괴 이후 중기이동평균선이 위치한 570 중반까지 조정심리가 강하다"며 "시장전체의 방향을 확인할 때까지는 매매참여를 자제해야 한다"고 권했다. 금리인하에 따른 반등은 금융주 등이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이를 선반영, 하나은행, 신한은행, 삼성증권, 삼성화재 등을 주로 사들였다. 교보증권의 임송학투자전략팀장은 "모기지금리의 영향을 받는 건설과 할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자동차 등 비 IT주 위주로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사흘째 하락으로 지수관련 대형주가 조정을 받은 만큼 반발매수세로 기술적 반등을 시도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단기 반등 시에는 현금비중을 높이면서 은행주 등을 선별적으로 매수할 것을 권한다. 27일 국내 증시는 반도체와 통신주의 악재가 미 금리인하 재료를 압도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시가총액 상위 1,2위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텔레콤에 대한 외국인 매도공세는 이날 지수를 무겁게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주 대한투신에 이어 전날에는 모건 스탠리 딘 위터와 도이체 방크 등으로부터 줄줄이 실적전망 하향을 맞아 하락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이날 18만원대로 내려섰다. 국내 한 증권사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경우 D램 감산이 어려우며 설사 감산하더라고 시장수급개선에 기여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동욱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상반기 중국 정보기술 부문 활황을 바탕으로 실적을 낼 수 있었지만 이젠 본격적 실적 악화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향후 미 기술주 낙폭보다 훨씬 큰 폭으로 하락하며 과매도 국면까지 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우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의 기술주 매도는 이제 전세계적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경우 프리미엄이 어느정도 주가에 반영된 것을 고려할 때 조정 지속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NTT도코모와의 제휴 무산 우려 속에 전날에 이어 5% 이상 급락, 19만원대에 바짝 다가섰다. NTT도코모의 요시노리 우에다 부사장이 전날 각종 규제가 해외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발언한 것이 제휴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국내 경기 지표가 호전되는 양상으로 나오며 일말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이 2/4분기 소비자동향을 조사한 결과 향후 경기, 생활형편에 대한 소비자기대심리지수가 아직 기준치인 100에 미달했지만 지난 분기보다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 나오는 5월 산업생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월 산업생산은 내수 회복으로 소폭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