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클럽에 가면,그린에 상주하면서 관리에 몰두하고 있는 아낙네나,페어웨이의 뙤약볕 아래서 잡초를 고르고 있는 일단의 아낙네들과 만나게 된다.

티잉그라운드에서 티샷을 날릴 때,캐디가 공이 날아간다고 소리치면 잡초를 고르고 있던 아낙네들은 쏜살같이 일어나 카트길 밖으로 비켜선다.

그린을 관리하는 아낙네도 마찬가지다.

골퍼들이 친 공이 그린에 도착할 즈음이면,잽싸게 그린밖으로 비켜나 경기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배려한다.

한결같이 헬멧이나 수건을 깊숙하게 눌러 쓰고 있기에 얼굴 모습을 분별하기 쉽지 않지만,어쩌다 경기 중인 골퍼들과 시선이라도 마주치면 미소 띤 얼굴로 목례를 보내준다.

따지고 보면 골퍼들과 아낙네들은 같은 장소에 있지만,서로의 목적은 상반된 입장에 놓여 있다.

골퍼들은 경기를 즐기려 골프클럽을 찾아간 사람들이고,아낙네들은 노동을 위해 골프클럽을 찾아온 사람들이다.

이런 관계를 사회학적 시선으로 바라보면,서로 거리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지난 가뭄 때 농작물은 하루가 다르게 시들어가고,잔디까지 누렇게 타 들어가는 와중에 골프클럽을 찾아간 골퍼들이나,그래도 잔디 관리에 몰두하고 있는 아낙네들이나 처지는 서로 다르지만 딱하기는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라운드를 하는 골퍼들은 그 분들과 마주칠 적마다 모자벗는 시늉을 하면서,수고하신다는 말을 잊지 않고 건네준다.

한마디 말이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용인의 민속촌 근처에 있는 남부골프클럽에서는 저수지마다 많은 붕어들을 기르고 있다.

그리고 저수지 앞에는 붕어의 먹이를 넣은 여러 개의 병들을 진열해 두었다.

1천원을 희사하면 그 병을 따서 붕어들에게 먹이를 뿌려줄 수 있는 즐거움을 갖는다.

더 자세히 보면,진열대에는 희사금 전체를 고아원을 돕는 데 쓴다는 글귀가 적혀 있다.

붕어 먹이를 뿌려주고 있는 골퍼들의 모습을 잡초를 고르고 있던 아낙네가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jykim@paradi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