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일본 시장에 상륙한지 반년이 다 돼가지만 도쿄에서 현대차를 목격하기란 쉽지 않다. 도쿄 땅덩어리가 넓은데다 판매대수가 아직 목표에 못미쳐서다. 현대차 일본 법인의 임직원들이 판매 일선을 죽어라 뛰어 다녀도 실적이 오르지 않는데는 크게 봐 두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우선 현대차 자체의 문제다. 가격과 품질,판로개척 방식 등에서 시원한 정답을 찾지 못했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일본 소비자들의 태도와 주변 환경 등 외적 요인이다. 자국 상품만을 고집하는 일본인들의 지독한 브랜드 로열티와 한국차에 대한 편견, 배타적 유통망 등 단기간에 뚫기 어려운 장벽들이 바로 그것이다. 현대 자체의 문제에 더 큰 이유가 있었다면 해법은 빨리 구해질 수 있다. 품질은 높이고,가격은 낮추면서 세련되게 시장을 파고 들면 상황은 호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대차 앞에 놓인 장애물은 후자 쪽에 더 가까운 인상이다. 일본 시장에서 한햇동안 팔리는 5백80여만대의 자동차중 브랜드 대체 비율은 8%에 지나지 않는다. 자동차를 새로 구입할 때 다른 회사 차를 고르는 소비자는 10명중 1명도 안된다는 계산이다. 브랜드 파워 또한 현대의 과제다. 일본시장에서 굴러 다니는 수입차중 미국과 유럽 선진국 이외의 국가에서 만들어진 것은 현대차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같은 장애물들 외에도 현대차는 또 하나의 장벽을 앞에 두고 있다. 재일 한인 사회에 깔려 있는 의구심과 패배의식이다. 현대차의 가능성을 의심하면서 곁눈질 하듯 내리까는 한인 사회의 선입견은 현대의 도전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대일 수출 최전선을 뛰는 회사원이든, 대사관 직원과 금융기관 임직원이든 주재원들의 절대 다수는 일본차를 타면서 한국산 차를 얕잡아 보기 일쑤다. 80년대 중반 우리는 자동차가 달리는 광고탑이라며 미국시장 진출에 환호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한국차의 마지막 미개척시장으로 버텨온 일본을 뚫으려는 현대의 도전이 훌륭한 열매를 맺기 위해 진짜 필요한 것은 주위의 격려와 성원,그리고 인내일지 모른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