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도둑 맞은 집에는 계속 도둑이 든다'고 했던가. 7년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세도(稅盜)사건의 진원지였던 인천에서 또다시 지방세 횡령사건이 발생했다. 94년에는 구청직원 법무사 등이 '비리 커넥션'을 이뤄 취득세와 등록세 등을 착복했지만,이번에는 공신력의 상징이어야 할 시중은행 창구직원들이 등록세를 마치 자기 호주머니돈처럼 멋대로 유용,또는 횡령했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욱 크다. 지금까지는 인천지역의 한빛 주택 조흥 외환 등 4개 시중은행 직원 4명이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지만,세금을 받아 영수증을 발부해준 뒤 돈은 빼돌리고 구청에 보낼 영수증은 폐기하는,아주 단순한 수법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볼 때 이런 일이 어디 인천에서만 있었겠는가. 각 시·군·구에는 세금을 냈는데도 독촉장을 받은 시민들이 '내 세금도 횡령한 것 아니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는 소식이 이같은 개연성을 뒷받침한다. 인천시의 전산대조 결과 최근 3년치 등록세만 놓고 봐도 이같은 수법으로 5백36건,7억여원이 유용됐고 순수 횡령건수도 9건에 이르고 있으며 경찰수사에서는 은행출납인을 위조한 가짜 등록세 영수증까지 발견됐다고 하니 이번 사건은 단순비리 차원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수사당국은 관련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지방세를 수납하는 전국의 모든 금융기관을 상대로 이와 유사한 비리가 없는지 철저히 조사해 이번에야말로 세도의 뿌리를 뽑도록 해야 할 것이다. 비리관련 은행들은 "창구직원이 작심하고 세금을 빼돌릴 경우 이를 적발할 수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문제가 된 등록세는 대개 목돈인 경우가 많고 납부기간이 길어 항상 비리관련자들의 '먹잇감'이 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이에 대한 특별관리나 감시를 게을리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행정자치부 등 관련부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방세 수납 및 관리 절차에 허술한 구멍은 없는지 철저히 살펴 보완할 것은 빨리 보완해 비리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없애도록 해야 한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금융기관과 전산망이 연결돼 있지 않아 수개월이 지나도 횡령사실을 모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사건을 적발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은 인천시의 통합재정정보 시스템이라고 한다. 정부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후약방문 식으로 대응할게 아니라 예방적 차원에서 모든 지방세 자료를 한 곳으로 모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전국적인 통합전산망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