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60초안에 자동차 훔치기"(식스티 세컨즈)를 내놨던 도미니크 세나 감독이 올여름엔 "60초안에 해킹하기"로 승부를 건다. 존 트라볼타,휴 잭슨,할 베리등 호화 캐스팅의 범죄 액션물 "스워드피쉬"(원제 Swordfish.7월6일 개봉)는 한 천재 해커가 미국 정부가 불법으로 조성한 비자금을 빼돌리는 극우세력의 음모에 휘말린다는 이야기다. "스워드피쉬(황새치)"란 해킹의 타겟이 되는 비자금 세탁 프로그램명. "60초 시리즈"의 2탄처럼 보이는 "스워드피쉬"는 교묘하게 꼬아놓은 플롯이나 강력한 액션 현란한 볼거리등 모든면에서 "식스티 세컨즈"보다 진일보했다.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의 제일 큰 문제는 리얼리티가 없다는 점"이라는 존 트라볼타의 비꼬기부터 시작한다. 장광설을 늘어놓는 그는 무자비한 극우테러집단의 보스 가브리엘역. 인질을 사로잡고 도피용 비행기를 요구하는 그는 해커 스탠리(휴 잭맨)를 위협해 95억달러라는 엄청난 불법 비자금을 손에 넣으려는 참이다. 시작부의 비꼼은 인질이 모조리 안전하게 구출되거나 악이 응징되는 전형적 틀을 거부하겠다는 선포다. 인질 한명이 폭사한 순간 시간은 빠르게 거슬러 올라가 사건의 전말을 첫조각부터 쌓아올린다. 세나 감독은 자극적인 볼거리를 만드는데 여전히 능란한 솜씨를 과시한다. 도심을 질주하는 자동차 추격전,무장총격전등은 충분히 박진감있다. 특히 무중력상태처럼 느릿하게 잡히는 도입부 폭발장면은 현란하게 아름다우면서도 강렬하다. 섹시한 여성들도 잊지 않고 끼워넣었다. 여자스파이 진저역의 할 베리는 노상 손바닥만한 옷으로 몸을 가린채 교태를 부리다간 끝내 상의를 훌렁 벗어제친다. 주인공을 진땀흘리게 하는 미녀들의 성애공세는 순전히 말초신경 흥분용이다. 여성의 성상품화에 눈살찌푸릴 관객은 아랑곳하지 않은 배치다. 캐릭터나 상황설정이 어이없고 어린딸을 미끼로 삼는다든지 하는 다소 촌스런 설정이 여러군데 눈에 띄지만 여름철 블록버스터 치고는 상당히 탄탄한 구성을 과시한다. "스팅"류의 반전은 극초반에서 강조했던 "리얼리티"와 수미쌍관을 이룬다. "미국 극우 집단"의 승승장구라는 뒤끝이 껄끄럽긴 하지만... 15세 관람가.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